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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논술 영어 이렇게 생각한다

“대학 논술고사에 영어 제시문 못낸다”라는 발표는 영어의 세계 공용어 교육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생각이 든다.

각급 학교에 랩실이 마련되어 영어 청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제반 장치조차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영어를 대학입시 제시문에서 빼자고 하는 의도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든다. 시인이자 서울대 교수인 복거일씨는 영어공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서는 영어를 국어로 채택해 성공한 나라라고 알려진 것도 보편화된 사실이다.

영어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충분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영어를 사용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국어에 대한 존중도 좋고 애국심도 좋지만, 영어를 정작 사용하는 것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세대들은 입사를 하려고 해도 영어로 면접을 받아야 하고, 입사 후에도 영어에 대한 평가를 계속적으로 받게 된다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영어 지문을 사용하여 대학 논술고사를 평가하려는 것은 오히려 대학에서 영어를 더 강화시켜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에 필자는 이에 찬성하는 쪽에서 몇 마디 곁들이고 싶다. 가뜩이나 신입생들의 어학실력이 나빠 대학에서 원서를 채택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학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전임 교원을 뽑을 때도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자”라는 문구가 당연지사로 여기고 있다. 또 교수들로 하여금 외국 전문 잡지에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여 실어야 하는 영어의 국제화 시대에서, 영어에 대한 편견적 태도로 비춰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는 어딘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구세대나 신세대나 영어 회화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리고 외국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면서 영어 회화를 못하는 것을 답답해 할 때가 많다. 시간은 흐르면 흐를수록 영어에 대한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고 해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영어를 공용화 한다고 해서 자국어에 대한 폄하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살아갈 자라나는 신세대들은 그들의 터전이 반드시 한국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국적은 한국이라 할지라도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으면서 자국의 상품을 판매한다든가 외국의 상사들과 거래를 하는 일에 매진할 것으로 추리되는 것은 인터넷의 빠른 보급이 그 흐름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국제화 시대에서 자격증도 ‘국’자가 붙지 않는다면 그 자격증은 별로 유효하게 쓰이지 못할 날도 그렇게 오래 남지 않을 것 같다. 일일 생활권화되어 가는 문명의 흐름을 역행시킬 수는 없듯이. 과학 문명의 발전은 외국인들과의 관계를 지리적으로 공간적으로 더욱 밀착시켜 놓고 있다. 작은 나라의 생존 방식이 고도의 기술 개발에 있고, 인력 수출에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떠나 이제는 개개인의 아이디어 상품을 팔고 다니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그 아이디어도 영어로 옮겨놓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문화 공존화 시대에서는 한 나라의 독자적인 노선으로는 그 흐름을 막아내기 어렵다. 요즘 연예인들을 명예 파견 대사로 선정해 그들로 하여금 자국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많이 할용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살펴보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어학 실력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들 중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아 수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사실 시험 결과를 보아도 그렇다. 전국 연합 학력평가를 보더라도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받아내는 학생들의 수가 절반이 되지 않고 있음은 도시나 시골이나 그 수가 마찬가지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학업에 강하게 얽매이지 않게 했을까? 왜 이들은 학업에 매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이 기성세대로서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학교에 어학실을 만들어 학생들로 하여금 실용영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사교육에 맡겨 영어 실력을 길러 가도록 하든지 선택의 길을 열어 두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결국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불법 과외만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 뿐 아니라 '언 발에 오줌' 정도의 모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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