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날마다 새로운 발견의 연속입니다. 1, 2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우리 반 다섯 명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 보면 아이들의 개성과 소질이 얼마나 다른 가 새삼 놀라는 일이 날마다 생깁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의 혈액형 검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도 참 신기해 합니다. 나는 바넘 효과(점성술이나 점괘 등에서의 성격 묘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반적인 진술을 마치 자기 것인양 믿는 현상)를 이용하여 혈액형에 따른 좋은 점과 고칠 점을 한 사람씩 말해 주었습니다.
"A형인 진우와 은혜는 욕심이 많아 지기 싫어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 착실해서 글씨도 잘 쓰고 약속을 잊지 않고 잘 지키고, B형인 서효는 말 솜씨가 좋아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즐겁게 잘 하는데 덜렁대는 버릇이 있어서 물건을 잘 잊고 다니지?"
"와, 진짜 맞아요. 그럼 찬우와 나라 누나는요?"
"그래 찬우는 AB형이라서 깊이 생각하여 말을 하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도 참 잘 하지? 그리고 O형인 나라는 성품이 좋아서 사람을 즐겁게 하고 잘 사귀지? 그 대신 낙천적이라서 걱정이 없는 편이지?"
"예! 선생님. 참 신기해요."
학자들에 따라서 혈액형과 성품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속설을 교육적으로 잘 이용하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결과를 교육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바넘 효과의 덕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우리 반에서 실수를 가장 하지 않는 아이,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 그리기, 색칠하기에 남다른 재주를 지닌 찬우가 하교 후에도 좋아하는 만들기를 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 말 한 마디도 아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랍니다. 1학년 아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 없이 부분품을 만들어 조립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즐거운 생활 시간만으로는 아이가 원하는 만들기를 만족시킬 수 없어서 오늘은 4시 반까지 남아서 하면서 여간 즐거워 합니다. 수학에서 배운 상자 모양을 이용해서 동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성, 지점토를 이용하여 사슴벌레를 만드는 꼬마 미술가를 보는 즐거움으로 오늘 하루도 행복한 발견으로 보람을 찾습니다.
이제 찬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소질과 취미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으니 부모님과 선생님이 그의 장점과 특기를 꾸준히 살려 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그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미리부터 인도해 주는 일이 생명을 준 어른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너나 없이 소질과는 상관없는, 자신의 기쁨과는 상관없이 보기 좋아 보이는 곳으로 내몰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화단의 꽃 한송이도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 향기를 달리하며 자기만의 개성으로 계절 앞에 서 있습니다. 맨드라미더러 장미가 되라고 하면 안 되듯이, 운동하기 좋아하는 서효한테 가만히 앉아서 만들기만 하라고 하면 힘들어 합니다.
오늘은 방과 후에 두 시간 이상 사슴벌레를 만들며 즐거워 하는 찬우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꼭 맞는 진로지도를 깊이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자기만의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부모와 선생님이 관찰하고 격려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