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는 뉴스 시간마다 사례비를 건네받는 관리자의 모습과 여러 차례 도움을 받았다는 담당자의 이야기가 화면에 비춰지고, 주요 일간지는 뇌물이 오간 상황을 열거하며 각종 수련회 및 방학캠프가 선생님은 뇌물 먹고 학생은 찬밥 먹는 부실행사였음을 비판하는 기사로 도배를 했다.
시간마다 반복되는 뉴스를 들으며 참으로 안타까웠다. 교사였기에 고개 들기가 거북했다. 옆 사람 쳐다보기도 쑥스러웠다. 그저 내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우리 학교의 수련회 담당교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날 일이 더 걱정되었다. 매스컴에서 모두가 그런 양 보도하고 있으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고, 나서서 나는 아니라고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학생들의 수련회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나 담당자는 매스컴에 나온 것과 달리 수련회 기간 내내 긴장한다. 수시로 변하는 생물과 같은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를 떠나 수련시설에서 생활한다는 걸 생각해 보라. 아무리 주의를 주고 사고예방을 교육해도 종종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학교에 도착해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해야 마음 놓이는 게 학교행사다.
수련회 사무를 맡은 학기 초부터 여러 수련기관의 프로그램을 검토한 후 후보지를 두세 곳으로 압축했다. 참여할 학년의 선생님들과 몇 차례 협의도 하고 직접 수련시설을 방문해 프로그램의 적정성 여부, 식당의 청결 상태와 식단표, 숙박시설의 안전여부를 확인했다. 그 덕에 6월말 경 300여명의 아이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2박 3일의 수련회를 마쳤다.
속 내용을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교수ㆍ교사 등 담당자 70여명에게 사례비와 학교운영비 명목으로 지출한 돈이 1억5000만원이고,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담당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34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그렇게 지출된 경비 때문에 학생들의 수련회 비용이 부풀려지거나 행사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데 분개하지 않을 학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몇몇 때문에 교육계 전체가 망신당한다는 것을 알면서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일부에서 행한 잘못을 전체인양 부풀리면서 사기를 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참을성이 없고, 과잉보호로 이기적인 요즘의 아이들에게 수련회를 통한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 이번에 발생한 일련의 일들이 수련회를 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