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29년차. 거쳐 간 학교만도 8곳. 그러나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곳, 초임지 대지초등학교(당시 용인군 수지면 죽전리/ 지금 용인시 죽전동). 그 당시 6학급에 학생 수 250명, 교직원 수 8명. 그 곳에서 3년간 근무.
추석날. 가족과 같이 성묘를 끝내고 곤지암으로 밤을 주으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초임지 학교를 둘러보았다. 학교의 모습이 많이도 변했다. 농촌학교에서 아파트 숲속 도시학교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 당시 있었던 건물은 한 동 1개 교실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교사(校舍) 앞의 정원수, 운동장의 느티나무는 나이테를 더해 가며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현재, 학생수 1143명, 30학급(유치원 1학급 포함), 교직원 수 55명. 학생수와 학급수, 교직원 수가 4-5배 정도 늘었다. 추석 연휴 공휴일이라 한적하지만 왠지 고향에 돌아온 듯 포근하기만 하다. 나를 알아 보는 사람은 없지만 학교 풍경 전체가 반가이 맞아 주는 듯하다.
불현듯 떠오르는 나와 관련된 초임지 단상(斷想) 몇 가지. 여자 배구부 지도, 운동회 때 포크댄스 지도, 사흘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숙직의 괴로움와 외로움, 학부모님이 가끔씩 챙겨 주시는 도시락과 고추조림 반찬, 용인시 학생체육대회에서 입장상 수상, 가정방문, 날마다 잡초를 뽑는 등 학교를 정성껏 가꾸는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과 점바둑 두기 등.
교직 선배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초임지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 돌아보니 그 말이 맞는다. 중간 기착지는 떠오르는 기억이 많지 않지만 초임지 추억 만큼은 생생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초임지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이 곳을 찾게 되고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본다.
초임지 학교 홈페이지에도 흔적을 남긴다. 동문 자료실과 동문 게시판에 나와 졸업생의 추억으로 사진과 글을 남겨 놓는다. 조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반갑다. 한교닷컴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도 남겨 놓았다.
이 학교 교감선생님과도 몇 차례 전화 통화도 하였다. 내 제자가 이 학교 학부모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교직생활의 토대가 된 나의 초임지 대지초등학교, 이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교육을 사랑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