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6일 모 일간지에 2005학년도 서울대에 합격한 각 고등학교 학생수가 발표되었다. 그 많고 많은 고등학교 가운데 10명 이상을 서울대에 입학시킨 학교는 59개 안팎이었다. 그 중에 서울에 소재해 있는 고등학교가 대부분이었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는 고작 10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고등학교에서 서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 할지라도 지방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는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 꿈같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 명을 입학시킨 고등학교가 전국의 고등학교 중에 너무 많다는 것은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확률이 많이 보편화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시골에서 서울대에 간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방에 소재한 고등학교 중에서 농어촌 전형의 특혜와 지역할당제 등으로 인하여 서울대 입학 문턱이 꽤나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서울대에 한 명이라도 입학시킨 고등학교의 수가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준이 가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서울대에 한정된 사실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본고사가 있을 때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학습에 덜 의욕적이다라는 의미도 있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수능만이 모든 것이 아니기에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의도 약화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하는 방안이 다양화되고 있기에 일선 학교에 있는 학생들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도 하지만 꼭 공부에 승부를 걸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이 요즘 고등학생들의 분포이기도 하다. 자신의 특기를 미리 살리기 위해 학원으로 기술을 배우러 나가는가 하면 아예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 고교 현장의 색깔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의식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모 일간지 서울대 합격률 발표는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노력에 역행하는 보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고등학교가 이렇게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는 의도도 안고 있는 듯하다. 각 대학들이 전문 교과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역역하지만, 고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추세임을 이번 서울대 합격률 발표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방대가 좋은 학과를 살려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학생들은 캠퍼스가 지방에 있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지방 소재 대학에 가기를 꺼리는 추세는 여전하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대 합격률의 강도는 일선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감이 없지 않다. 전국의 각 고등학교를 서서히 등급화함으로써 양질의 고등학교를 만들의 가겠다는 심리전도 포함되고 있어 고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입시대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소위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지 못하면 각 고등학교에서는 차기 우수신입생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장애 요인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사립 고등학교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우수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는 학생들이 혼재한 현실에서 이번 발표는 고교 현장을 자연스럽게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과학고를 만들고 외국어 고등학교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울대를 보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고교 우수학생을 뽑아 한국 교육의 견인차를 마련해 보겠다던 정책들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결국은 서울대 합격률에 따라 고교의 서열화는 당연지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해 나타날 고교 현장의 보충수업의 강화와 학생들의 학원 수강 그리고 과외는 더욱 기성을 부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