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시골 고등학교 축제 “마리마당”을 보고서, 향토적 서정미를 풍겨내는 순수하고 소박한 내음이 나는 정도에 그치겠지 하는 이념의 이미지가 이번 축제로 인해 나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
축제란 각 고등학교에 있기 마련이지만, 이 기간 동안은 제각기 갈고 닦은 소질을 선보이는 마당이 되기에 개인전, 단체전 그리고 각종 동아리들의 전시회 및 장기자랑은 그 학교의 학습의 내면을 겉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대학 축제의 축소판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는 하나 그 학교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현장 응용 학습은 성적으로 매겨지는 학습점수가 아닌 개개인의 끼를 보이는 면이라는 점에서는 축제의 찬미라 아니할 수 없다.
시내와는 거리가 있는 강화군 학생들은 시내 학생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유흥 문화 광고를 흉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흥을 돋우기 위해 펼쳐낸 품평회는 그들 끼를 살리는 데 시내 학교 학생들 못지 않았다. 피아노의 끼를 살려서 대학을 가겠다고 하는 학생의 피아노 연주며, 붓글씨 끼로 대학에 가겠다고 선을 보인 학생의 글 향기, 코미디 계통에 끼를 살려 축제를 웃음 바다로 만든 웃자사 등등의 출현은 축제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했다.
특이 찬조 출현으로 나온 여중생들의 전문 춤 동아리의 솜씨는 고등학생들을 능가할 정도였다. 시골이라고 생각한 이 때까지의 순박한 생각으로 가득찬 것들은 이번 축제에서 역전패되고 말았다. 해가 가면 갈수록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방만한 태도가 학교 인성 교육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말씨는 더욱 자극적이고 억세어서 흥행의 효과를 자아내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축제는 학습 전시물과 사회 문화를 익힐 수 있는 유사 행사로 나타난다. 학습에 관련된 것은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시화전과 미술 전시회, 과학 발명품 대전 등으로 나타났고, 사회 문화 계통을 들추어 낼 수 있는 것으로는 차 문화, 음식 문화, 오락 문화 등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각 학교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산물 소개 코너다. 그런데 이번 축제에서 나타나는 지역 문화 소개가 없었다. 축제는 학생 개개인의 모습을 타 학교와의 유대관계 속에서 학습에 관한 정보를 듣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학교 본연의 축제 이미지는 퇴색되고 세련된 서구 문화만을 배우려는 심리가 아쉬움을 더했다.
밤에 행해지는 음악 축제는 시내에 있는 학생들이 강화까지 들어와 유흥의 한마당을 장식하였다는 점은 시내와 시골이라는 공간적 거리 이미지를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학교의 축제 분위기를 떠나 서서히 시내에 있는 끼 있는 팀을 불러 들여 그들 사이에 주고 받는 교감의 강도를 강화시킴으로써 정저와의 틀을 깨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면으로는 좋게 볼 수 있으나, 이러한 것이 학습과 연관되어 나타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기만 했다. 축제는 학생들의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다. 학생들이 준비하고 정성들여 만들어 펼쳐낸 것은 학습의 연장선상이어야 한다. 평소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을 시험해 봄으로써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 가도 느끼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축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제의 눈높이가 더욱 높아 감에 따라 지역간의 문화 교류도 보편성으로 치닫고 있어 시골과 도시라는 차별성 있는 용어도 사용하기에는 이제 민망스러울 정도다. 인류의 문화 역사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해 왔듯이, 인간의 구조적인 틀도 새로운 환경의 영향으로 기존의 틀은 새롭게 변화를 모색하기 마련이다. 의식은 의식으로 단순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나 문명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축제에서 이것 저것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학생들의 의식의 흐름은 학습에 대한 열정보다 개개인의 끼를 통해 자기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