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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참척(慘慽)의 장송곡

며칠 전 인천시 모 학교에서 일어난 악상은 그 파급효과가 천붕(天崩)을 방불케 했다. 순상(順喪)을 당해도 그 슬픔이 가슴을 메이게 하는 것인데, 변상(變喪)을 당한 학교의 교사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교단을 지켜가는 교사들의 마음은 제자가 잘 되는 데 만족을 느끼고, 부모는 자식이 잘 데는 데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고, 학생은 성취에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버리고 한 순간 자신의 비애를, 쾌락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떠나간 학생들의 마음은 오죽했겠느냐마는 간 자의 뒤에 남아 고통당하는 이를 조금이나마 생각했다면 부모가 고이고이 길러 온 소중한 목숨을 한 순간에 버릴 수 있었을까?

최근 학생들의 자살 소동이 인터넷 사이트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경찰은 경찰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들의 비합리적인 사이트에 접하지 말 것을 홍보하고 계도하는 데 한바탕 홍역을 치룬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또 다시 학생들의 자살 소동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살한 자의 80%가 우울증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가정의 비화나 성적의 비화로 인해 한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간 자는 말이 없지만, 가고 난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심장에는 대못을 꽂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변상으로 인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정사 부모님들의 이혼이 가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각 반에 편부, 편모, 소년 가장 등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에 학생들의 가정 상담은 담임 교사들의 관심과 인성관련 부서의 관심이 더욱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다사다난한 일을 겪을 수 있지만 일생을 두고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한 순간 스쳐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 일도 있다. 교직에 발을 딛고서 학생들로부터 겪는 애경사라면 도벽, 상급 학교 진학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변고는 그 슬픔과 충격이 배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인근 학교에서 일어나고 그 사건이 또 도미노 현상으로 주변 학교에까지 나타남에 따라 그 감도가 가슴에 주는 충격은 보통을 넘어섰다. 학년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간 자의 사사로운 가정사의 변고를 구구절절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와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자 부평에 있는 인천 시립 승화원을 돌아보고서 비로소 간 자의 마음을 그나마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그 곳 공동묘지는 죽은 뒤의 모습은 하나같이 고뇌 없어 보이고 누구나 똑 같이 한 평 남짓한 땅에 묻혀 평온을 지켜가고 있는 것 같아, 살아서 그렇게 발버둥쳤던 삶의 경쟁관계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어, 얼굴을 스치는 가을 바람만이 그와 만났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였다.

한 학생을 위해 장송곡을 울려 주는 순간은 터져 나오는 슬픔이 천붕을 겪은 이보다 더했다. 비록 가정의 비애라고는 하나 누구 한 사람에게 그것을 호소할 수 없었고, 오직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우울증의 정도가 자신의 굴레를 더욱 각박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모든 해결책을 자신의 울타리에서만 찾으려고 한 결과물이 악상이었다는 것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가정사를 철저하게 속이려고 하는 것이 또한 그들의 특징이라는 것을 학생을 가르치는 자는 알 필요가 있었다. 편부, 편모의 가정일지라도 늘 얼굴에 웃음 띤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는 학생이 있다.

그런데 겉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학생은 쉽게 담임이 상담을 할 수 있으나 내색을 하지 않는 학생은 우울증의 감도를 짐작하기 어렵다. 이번에 나타난 변고는 내색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에고이스트적 사고에서 돌출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성적에 의한 것이든, 가정사에 의한 것이든, 교사는 늘 관심을 갖고 어루만져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허나 교사라는 직업을 떠나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직업의 매너리즘화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에 그런 속에서 일은 터지고 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때문에 늘 아버지 같이 충고하고, 때로는 어머니 같이 감싸야 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기에 교사의 길은 항상 봉사하는 마음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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