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김제시 봉남면에 위치한 초처초등학교(교장 이한수)는 전교생 55명의 소규모 학교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시 지역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소농이거나 막노동을 하는 생활형편이 아주 어려운 농촌지역이다.
이곳 자그마한 학교에 최근 현대화된 도서실이 생겼다. 3천여권의 책이 깔끔한 책꽂이에 보기 좋게 꽂혀있고 인체공학에 맞는 책상 및 의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화사하고 산뜻한 인테리어는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은 도서실에 빨리 가려고 학생들이 복도에서 뛰다가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을 지경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에는 전교생과 전직원이 등교하는 즉시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다. 교사들도 바쁜 업무를 뒤로하고 학생들과 함께 책 읽기에 열중이다. 정보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 및 영화감상 시설 등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수업시간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선생님들 퇴근 시간이 되어도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어 “얘들아, 이제 그만 가야지. 문 닫고 퇴근해야 한다.” “ 선생님, 조금만 더 읽으면 안돼요?” 이런 실랑이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도서실 현대화 사업이 끝날 무렵 도서실 이름을 공모했다. 전 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하였는데 최우수작으로 ‘ 꿈을 이루는 글 샘터’ 가 선정되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장식되어 도서실 출입구에 설치되었다.
그런데 너무도 아쉬운 2등작이 있었다. 5학년 안모두이루리 선생님께서 제안한 의견인데 식당에서는 밥을 먹고 도서실에서는 마음의 양식을 먹으니까 도서실을 ‘마음의 급식소’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폭소를 자아냈지만 순간 모두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일부 선생님들은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어서도 마음의 급식소가 생각나서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탈피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었다. 뜻은 공감하나 표현이 좀 촌스럽고 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있어 당선은 되지 않았으나 초처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마음에는 도서실은 진정한 ‘마음의 급식소’라고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