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장에 모래 넣는 작업을 해야 했다. 작업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아~우~’를 외치며 벌레 씹은 얼굴을 한다. 이 정도는 불만을 나타낼 것이라 예상했었기에 못 들은 척 씨름장으로 아이들을 내보냈다.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일을 맡겼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니 행동보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하는 요령을 모르니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체력이 약한 아이들을 고생시키려는 게 아니다. 더러운 것이 있으면 빗자루를 들고 쓸거나, 걸레로 닦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호미로 풀을 뽑거나 삽으로 흙을 파 엎는 요령도 배워야 한다. 육체노동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제 손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된다고 자랑하는 어린이를 기르는 것도 교육이다.
혹 편하게 쓸고 닦을 수 있는 청소기가 수두룩하다거나 파출부나 청소용역업체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할말이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 아무도 모른다. IMF가 오기를 원했던 사람이 어디 있고, IMF 때문에 부도날 걸 알았던 사업가가 있는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배워야 한다.
물고기를 잡아 밥상에 올려주는 것보다 직접 냇가에 가서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는 게 문제다. 한번에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해일, 허리케인, 강진 등 요즘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봐라. 위급상황을 자기 스스로 이겨내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런 걸 배우는 것도 교육이다.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면 된다. 억지가 아니라 목적이 있으면 육체적인 일도 재미있다. 우리 반 아이들 작업을 끝내는 게 아쉽단다. 다음시간에도 작업을 하자고 아우성이다. 공부를 하기 싫어서만은 아니라는 게 작업을 시킨 담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