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수시 2학기 전형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일정상 9월 10일부터 12월 13일까지로 되어 있지만, 많은 대학들이 접수를 이미 마치고 면접이나 실기고사 또는 논술시험을 치르거나 치르려 하기 때문이다.
고3 딸을 둔 학부모인지라 나 역시 덩달아 수시 2학기 전형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딸아이의 적성과 특기 등에 맞춰 응시원서를 낼 대학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물론 그전에 딸아이와 진지한 면담을 했다. 나로서는 큰애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장래가 걸린 진학문제를 아무리 보호자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정하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모가 되지는 않으려 하기 때문이었다.
오랜 대화 끝에 딸아인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당연히 전문적 공부를 하기 위해서 문예창작과에 가려고 했다. 나로선 탐탁치 않았지만, 딸아이 하고 싶은 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속언 때문이라기보다 딸의 인생을 강요하는 부모가 되기 싫어서였다.
마침내 딸아인 중앙대학교를 1순위 희망학교로 꼽았다. 무엇보다도 ‘수상 실적 80%+적성면접 20%’라는 반영요소가 응시의욕을 부추긴 듯했다. 딸아인 경기대학교, 광주대학교 백일장에서 차하(3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엊그제 발표한 서울시의 음식문화개선을 위한 수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급한 마음에 나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진학실을 찾았다. 올해 모집요강은 아직 오지 않았고, 작년 것이 있어 아쉰 대로 살펴보았다. 29개 반영대회중 경기대도 들어 있었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딸아이의 환히 피어난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나 야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딸아이는 금방 울 듯한 얼굴이었다. 올해의 요강을 보았는데, 반영대회가 16개로 대폭 줄었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딸아이가 내민 출력물을 보니 작년까지 있던 경기대, 원광대, 목포대 등은 제외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불리하겠죠.”
이튿날 중앙대학교 입학과로 전활걸어 물었을 때 나온 답변이었다. 내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라 원서낼 것을 포기하고 말았지만 끝내 딸아인 울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난감했고, 애비일망정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다른 대학으로 방향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1차적 책임은 딸아이나 부모인 내게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지원대학을 미리 정해놓고 그곳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수시모집의 기본일 테니까. 그리고 전형요건은 대학측의 권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학교의 경우 지방차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슨 이유나 사정으로 지난 해 29개 대회에서 16개로 대폭 줄였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거기서도 부산대만 빼놓고 지방대 백일장을 모두 제외시켜버렸으니 지방출신들을 신입생으로 받지 않겠다는 저의로 읽히는 건 당연한 노릇이다.
웃기는 것은 일간지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따위 고교생으로선 별 해당사항도 없는 대회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내가 알기로 소설가 최인호가 고교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뿐 현역문인중 그런 데뷔를 한 사람은 없다. 전국적으로 지원에 차별없는 보다 현실적인 문학특기자 전형이 내년부터라도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