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마음을 갖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잘 쓰는 것이다. - 데카르트-
가을이 시작되었는가 싶은데 이른 아침에는 쌀쌀한 기운마저 감돈다. 바야흐로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다. 산골 학교라서 다른 곳보다 가을이 빨리 오고 해도 짧아서 벌써부터 양지바른 곳에 나와서 해바라기를 하게 된다.
지진으로 피해를 당한 지구촌 소식도 슬프고, 기러기 아빠가 죽은 지 닷새만에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마음을 가라앉게 했다. 정말 제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들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아이들과 바쁘게 수업을 하다가 배고픔을 느끼는 시각이 점심 시간이고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돌아서서 잠시 책을 읽고나면 다시 퇴근 시간이다. 자식들을 유학보내고 아내마저 자식들을 돌보러 외국에 나간 사이에 고혈압으로 쓰러진 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고 닷새만에 발견된 기러기 아빠의 슬픈 죽음을 공감하면서도 다시 일로 돌아와 본업으로 바빴던 하루.
가난한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고 한다. 비싼 기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그래도 일자리를 찾아서 땀을 흘리면서도 일하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라고 한국을 찾아 일자리를 얻는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는 나라이면서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기초생활마저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 해외 유학을 선호하는 현상의 이면에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들이 학교마다 생기고 대학 학자금과 생활비를 감당 못하고 스스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휴학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으니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나는 오마이뉴스 기자이면서 한교닷컴(한국교육신문)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기사 선정의 최우선 목표는 교단의 밝은 소식을 전하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외된 곳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소식을 찾아내어 함께 기뻐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함에 있었다.
기사 작성의 목적이 밝음을 지향하다보니 어느 사이에 양지를 찾는 해바라기처럼 나의 성향도 바뀌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마음 상한 소식보다는 기쁜 소식을, 감동 뉴스에 더 민감해진 것이다. 때로는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을 설득하여 기사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도 있지만, 나쁜 목적으로 알리고자 함이 아니니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
사람의 뇌는 본능적으로 좋은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밝은 소식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매체나 지면 신문, 심지어 인터넷 신문에서조차 좋은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소식이 더 많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교육 분야의 기사는 대부분 희망적인 소식보다 아픈 곳을 들추고 파헤치며 상처받는 소식들로 넘친다. 우리 국민의 교육열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보니 과열되어 생겨나는 문제점도 많고 경쟁적일 수 밖에 없으니 부지불식간에 관행적으로, 타성에 젖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들이 눈에 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한교닷컴에 실린 아름다운 기사를 소개하고 싶다. 인천대건고 교사들이 교사장학회를 구성하여 매년 3명씩 장학금 수여해 오고 있다는 유준우 리포터님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실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명제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 어려울 뿐이다. 인천대건고등학교 교사 장학회가 설립된 지 벌써 16년이나 되었단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어쩌다 한 번 선심쓰는 착함이 아니라 습관이 된 행동이니 이미 인격화가 된 선생님들을 보고 자라는 그 학생들은 참으로 행복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과 생각이 있어야 물질로도 나타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 아름다운 뜻을 먹고 자란 제자들이니 장래에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보시를 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 속에서 자라게 하리라 확신한다.
제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주는 인천대건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분명,CQ를 갖추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지능지수, 감성지수에 이어서 인간의 능력을 재는 척도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성공 기준이다. CQ는 Charisma Quotient의 약자다. 여기서 말하는 카리스마는 타인에 대한 흡인력과 공동체 내의 신뢰감, 지도력 등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따스한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힘든 제자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열심히 공부하도록 힘을 주는 아름다운 선생님들의 숨겨둔 이야기들을 그 분의 허락도 없이 공개하면서도 훈훈함으로 물드는 내 마음은 단풍보다 더 붉어졌다.
- 아름다운 선생님! 제자들 가슴에 단풍보다 더 고운 빛으로 남아 인생의 책갈피 속에 곱게 새겨질 겁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씨앗과 열매를 남깁니다. 먼 후일 열 배, 백 배 아름다운 열매로 돌아오는 모습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