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따가운 날, 동료 교사와 함께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의 이치를 우리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따르릉...... 전화왔어요...”
오늘도 수많은 전화를 받는 소리 등으로 이른 아침부터 교무실은 요란하다.
공문 제출 지연에 따라 고개 떨군 000님의 목소리, 학교 운동장 사용에 따른 이웃 주민의 따가운 질책 소리, 학생들의 태도나 학교 행사 문제로 시비거는 전화, 심지어는 학생들의 정보를 묻는 전화, 소위 학교 부적응아의 문제로 학부모님과의 언성 높은 전화, 학생들의 생활지도하는 소리, 여기저기 흘러나오는 휴대폰 벨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누구 하나 말리지 않는 잡상인의 교무실 미니 시장, 차량수리 직원, 보험사 직원들의 소리, 게다가 쌓이고 쌓인 학교 분진, 청소를 열심히 해도 돌아서면 버린 휴지 조각, 먹다 버린 과자 봉지 등은 오늘도 지친 나를 슬프게 한다.
어찌보면 살아있는 교육현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서 많은 교재연구에 쫓기고 있는 귀중한 시간, 매일같이 잡무에 시달리고 있는 시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인 학교 안이 분진이 가득하고, 요란한 삶의 현장이라 생각하니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국민소득은 높아지고 빌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아직도 열악한 학교 교육환경이 어느 아파트 관리사무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교사들에게는 교과연구실이, 학생들에게는 깨끗한 교실이 정말로 필요하다. 동료장학이라는 말은 무성해도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동교과나 유사교과끼리 동료장학, 교재 개발, 학생 진로 지도 등의 여러 가지 일을 서로 의논할 수 있는 교과연구실이 만들어진다면, 또 꺠끗한 교실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의식 개혁, 물질적인 지원과 환풍기 설치 등을 고려한다면, 교육환경 개선 및 학생들의 건강이 교육의 질과 더불어 한결 나아지지 않겠는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보수적인 의식, 불충분한 학교 교육환경 여건 등은 언제쯤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내일의 밝은 태양을 기대하며 터벅터벅 동료와 함께 또다시 산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