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을 등산을 마치고 광교산(光敎山) 자락 아래 전원 주택에 살고 있는 고양시 모 중학교에 근무하는 B교감을 만났다. 차 한잔을 마시고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옆에 있는 주례꽃과 흰 장갑이 눈에 띈다.
오늘, 제자의 주례를 보았다는 것이다. '아니 벌써? 내 또래인 것으로 아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벌써 주례 일곱번째라는 것이다. '나는 아직인데.'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일곱명 모두가 학창 시절 말썽을 피워 그로부터 그야말로 엄청나게 맞은 제자라는 것이다. '정말 참스승은 그가 아닐까?'
그는 교사 시절 '체육'을 맡았다. 업무는 주로 학생부 일을 보았다. 자연 말썽꾸러기들을 다루는 것이 그의 주된 몫이었다. 대부도에 근무할 때는 말썽꾸러기들을 아무리 때려도 아무리 타일러도 통하지 않아 차라리 그들과 어울리기로 작정, 공감대를 형성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안산의 모 고등학교 근무 시는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재학생을 구하려고 폭력배와 담판을 떠 그 재학생은 물론 폭력배까지 선도한 경력도 있다. 모 학교 근무 때는 날마다 학생들 패는 것(?) 주된 일과였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나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사랑을 바탕으로한, 애정을 바탕으로한 체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만약, 내가 이 학생의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아버지가 그냥 두지 않고 체벌할 것이다'라는 판단이 섰을 때 비로소 몽둥이를 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지도에 임했던 것이다. 물론 학생들도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의 지도에 순응하였던 것이다. 체벌을 받은 학생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공감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체벌이기에 10여년이 지난 후 그를 주례로 찾는 것이 아닐까?
그가 극구 사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례로 모시는 제자, 인격에 감화를 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소년원에 있는 제자의 편지를 받고 그곳까지 찾아가 제자를 면담하고 꾸중하고 바른 길로 갈 것을 지도한 경험도 털어 놓는다.
며칠 전 보도를 보니, 경기도내 부적격 교사가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교단에서 퇴출된다고 한다. 도(道) 교육청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부적격 교원 퇴출방침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부적격 교원 심사를 위한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절차에 따라 공무원, 교직단체 및 학부모단체 관계자, 법률전문가, 지역인사 등 15명으로 이뤄진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교직복무심의위원회는 학부모 및 각 학교 관계자 등으로부터 신고를 접수, 시험문제 유출 및 학업성적 조작 등 성적 관련 비위행위 교원, 학생에 대한 상습적인 폭력 행사 교원,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 교원과 함께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직무수행이 곤란한 교원 등 부적격 교원을 심사해 퇴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부적격 교원,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아무 이의가 없다. 그러나 걱정이다. 학교에서 막가는 학생을 다룰 교사가 없다. 아니 다루려 하지 않는다. 학생부장은 3D 업종으로 분류된 지 이미 오래다. 지도 능력 부재가 아니라 몸을 사리는 풍조가 만연되어 교육방관 내지는 교육포기 현상이 도래할까 걱정이 된다.
교사라는 직을 걸고, 인격을 걸고 사람을 만들려는 교사가 없어지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교사는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지식을 파는 장사꾼에 불과한 존재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중·고등학생들. 앞으로 10여년 뒤, 그들은 누구에게 주례를 부탁할까? 인격적 감화를 주는 진정한 스승을 만날 수 있을까? 아버지의 마음으로 애정어린 질책을 하는, 몽둥이를 드는 그런 스승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