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부가 지난 1년간 전국 48개 시범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해 왔다. 이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방과후 학교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방과후 학교에서는 학원 강사나 원어민 등을 불러 영어회화나 예체능 특기 등을 가르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운영은 학교장이나 YMCA,지역사회복지관 등 비영리 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사는 현직교사나 예체능 전공자(자격증 소지자), 학원강사, 교·사대생 등 예비교사,외국인 유학생, 학부모 자원봉사자, 기능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내년부터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를 시범 운영한 결과 상당수 학생이 다니던 학원을 중단하고 피아노, 수학, 영어 등 방과후 학교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단지 시범운영의 결과일 뿐이다.
방과후 학교의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전면 시행을 선언했지만, 학교가 학원화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사교육비 감소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가 그냥 학교면 됐지 방과후 학교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운영을 비영리 기관에서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도 있다. 즉 수강료가 싼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곧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현재도 사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가 많은 편이다.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대체로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학생들이 절반을 약간 밑돌고 있다. 이들 중에는 급식비나 학교운영비 등을 제때에 납부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 결국 이들에게는 수강료가 싸다고는 하지만 방과후 학교가 남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또한 방과후 학교운영시에 만일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아무리 방과후 학교라고는 하지만 생활지도 등의 문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결국은 학교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대책을 세움에 있어 이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겨우 1년을 시범운영하여 전면 도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시범운영을 거치긴 하지만 시범운영의 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막상 실시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한가지, 왜 방과후 학교가 꼭 학교이어야 하는 것이다. 비영리 단체에게 운영을 하도록 한다면 학교가 아니어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교사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방과후에도 교사들이 직접 지도하고 싶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수강료를 받고 교사가 참여하면 연봉이 많다고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또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학교의 학원화'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검증이 안된 이런 제도를 무조건 도입하고 보자는 식의 교육부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