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에 이야기되는 교원평가제라는 것은 실상은 ‘교원인기투표’라는 생각이다. 평가(評價)라는 것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평가제는 그 어떤 것도 객관적인 근거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주관적인 생각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호히 말하지만 평가가 아니라 인기투표이다.
한 예로 우리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행평가조차도 교사의 주관적인 감정이 작용한다고 학생이 느끼면, 교사에게 와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이야기하는데 말이다.
하물며 우리 교육계를 이끌어가는 교사들에게 자괴감을 줄 수도 있고, 혹은 불신감을 줄 수도 있는 이번 평가에서 객관적인 기준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들의 의욕 상실과 불신은 곧 교육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교원평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의 질적 저하라는 내용도 실상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이것은 2003년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그 내용을 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 평균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우리 교육이 다른 나라의 교육과 비교하여 무조건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은 선입견이다. 물론 교육계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은 인정하며 그 문제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런 식의 인기 영합적인 정책은 반드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어 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측정 방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평가라면 두 손, 두 발을 들고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기 위주의 평가라면 오히려 우리 교육계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날까 걱정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즉석에서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먼 미래를 보고 교육을 하는 것이며, 오직 공부를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학생들의 지적(知的)인 면뿐만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으로도 교육시키는 것이 진정한 교사들의 역할이다.
아래의 내용에서 교원 평가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일례를 들어보겠다. 다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교원의 인기투표식 평가는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례1. A교사는 생활지도를 열심히 하고 학생들에게 바른 인성과 사람됨을 가르치려는 교사이며, B교사는 생활지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학생들이야 어떻게 되었든 학교 수업만 열심히 준비를 했다면 과연 A교사와 B교사는 누가 참 교사일까?
사례2. A교사는 자신의 담당 업무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것만 찍어 주는 교사이며, B교사는 자신의 맡은 업무를 철저히 하고, 수업은 재미없게 하지만 많은 내용을 알고서 하나라도 더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교사라면 과연 A교사와 B교사는 누가 더 좋은 선생님일까?
사례3. A라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한글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는 학생인데, 이 A라는 학생이 담임 선생님의 수업 만족도를 적어낸다는데 과연 이것을 진정 평가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사례4. A교사가 B학생에게 수업시간에 태도가 좋지 않아 야단을 치고,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어 그 학생을 더 많이 야단을 쳤다고 하자. 그 B학생이 A교사의 수업 만족도를 적어낸다는데 과연 이것을 진정 평가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까?
사례5. A학교 3학년 3반 교실에는 영어로 자신의 이름도 적지 못하는 B학생도 있지만, C학생은 외국에서 살다가 와서 토익도 900점대를 맞는 학생도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D교사가 누구를 기준으로 수업을 할 것인가? 만약 C학생을 기준으로 아주 어렵게 가르치면 B학생 부류의 아이들은 D교사의 수업 만족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혹은 B학생처럼 공부 못하는 학생을 기준으로 수업을 했을 때 C학생 그룹의 아이들은 D교사의 수업 만족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례6. A학부모의 자녀 B학생은 학교에서 C담임 선생님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반면에, D학부모의 자녀 F학생은 항상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C교사에게 야단만 맞았을 때, A학부모와 D학부모는 과연 C교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에 어떻게 답을 할까?
사례7. A학부모는 자녀 B가 사고만 안치고 무사히 학교만 졸업하기를 바라는 반면, C학부모는 자녀 D가 의대를 가기를 바래서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많은 공부를 시켜주기를 바란다면, 과연 A학부모와 C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생활 만족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례8. A교사는 학생들이 장래에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꾸준하게 노력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당장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효도나 우애, 우정, 따뜻한 마음가짐 등을 강조하였다. 반면 B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동안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반 아이들이 좋은 성적으로 시험이나 잘 보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부모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는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고 당장 눈 앞의 학교 성적만 강조했다. A교사와 B교사 중 누가 참교사일까?
또, A교사 반의 학생 중에 학창 시절에는 A선생님보다 현실적인 B선생님의 말씀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니 A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학생은 학창 시절의 A교사의 수업 만족도를 조사할 때 좋지 않은 것으로 표시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