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라는 말이 낮 익은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소한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放課後라는 말은 학교에서 그날의 정해진 수업을 마친 뒤라고 적고 있다. 방과 후와 학교라는 말을 조합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수업이 모두 끝나는 오후 3시를 전후하여 학교 안에 또 다른 학교가 다시 운영되는 것이다. 당해학교 교장이 방과 후 학교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학교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방과 후 교실, 또는 방과 후 교육활동 이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학교 안에 2-3시간 운영할 학교를 또 만들어야 하는가? 방과 후 학교도 학교니까 교장을 두자고 할 셈인가?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교장을 시키려는 나라니까 …
방과 후 학교는 내년 신학기부터 전국에 모든 학교가 실시한다고 교육부가 발표하였다. 즉 비영리기관이 방과 후 학교 시설을 빌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전면 도입된다고 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전개돼 온 특기적성 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 후 교실 등 모든 방과 후 교육활동을 포괄 운영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방과 후 학교를 신설할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한다.
이 제도는 학교현장에서 필요하여 운영하자는 요구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고 사교육 문제가 이슈가 되니까 교육부에서 구상하여 1년간 48개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전면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마련되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는 원어민 영어, 예체능 특기, 교과 관련 보충학습 등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내용들로 구성되며 비용은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하고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교육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직접 운영하거나 비영리기관(단체)에 위탁 운영 가능하다. 강사는 현직교원과 교원자격증 소지자, 예체능전공 자격증 소지자, 지역인사와 학원 강사, 국내 체류 외국 유학생, 공인된 특기자, 기능인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교육청은 강사 인력풀을 구성해 학교에 제공하고 우수 강사 확보가 어려운 농산어촌 및 도서벽지 학교의 외부강사에 대해서는 강사비와 교통비를 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대상은 재학생과 다른 학교 학생은 물론 성인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맞벌이 가정과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학교 내 보육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681개 학교 875개 방과 후 교실을 2008년까지 초등학교의 5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학부모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맞벌이 가정의 탁아 기능까지 맡아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는 좋은 취지엔 찬성한다.
그러나 몇 가지 역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어린이들을 학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육과정과 방과 후 활동을 시키면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린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모두 빼앗는 것이 아닌가? 그들만이 하고 싶어 하는 놀이는 언제 하는가? 여유를 주지 않고 많이 가르치기만 하면 올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기를 수 있는 것인가?
시범학교를 운영한 학교처럼 여유 교실이 많은 학교는 운영이 용이하지만 여유 교실이 없는 학교에서 담임교사들은 자기 교실을 내주고 어디서 교재연구를 해야 하는가? 강사채용 및 관리 수강료책정 및 징수 등의 복잡한 업무는 당해 학교 교직원에게 과중한 업무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특기적성교육활동을 운영해본 학교는 그 고충을 알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충돌이 예상된다. 한울타리 안에서 하루의 2/3는 공교육이 1/3은 사교육이 이루어지면서 생기는 문제와 교원과 강사의 갈등도 예상된다. 교직원이 강사들의 행정보조자 역할을 해야 하고 강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지도만 하고 나가면서 돈을 버는데 교실 주인은 뒷정리 청소까지 신경써야 하는 사교육의 보조자역할을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면단위 이하 학교는 폐교되면서 배치한 학생 통학버스가 대부분 오후2시(유치원, 저학년) 오후 4시(고학년) 2회 하교를 하는데 3시 전후 끝나고 청소를 하고나면 실제 운영할 시간이 없다.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학교는 강좌개설도 어렵지만 강사가 오려고 하지도 않는다. 교통비를 주더라도 오고가는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돈을 벌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의 행사도 일 년에 꽤 많은데 행사 때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역기능을 고스란히 학교의 몫으로만 남기지 말고 세세한 면까지 대책을 강구하여 방과 후 학교운영으로 인해 학교의 정상교육과정운영에 소홀함이 있거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조용한 학교가 사교육 시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