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가 싸늘한 겨울 날씨를 더욱 차갑게 하고 있다. 학교의 개혁을 외치고 나선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학교를 온통 벌집 쑤시듯 하더니, 이제는 교사를 평가해야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교원평가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한다.
하지만 교원평가제가 이미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 따져볼 일이다. 대학 교수가 교원평가제로 인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평가제의 실효성이 유야무야 형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교원평가제를 강행하겠다는 저의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는 단계도 소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새롭게 채용되는 교원부터 계약제를 시행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된다면, 그것이 바로 신임 교사에게는 학생에게 온갖 열정을 다하는 첩경이 됨은 현장에 있는 교원은 느낄 것이다. 교사가 어느 한 순간에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자도 아니다. 교육은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그에 따라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쳐 점입가경의 길을 걷게 하는 데 있다. 교사를 평가한다고 하루아침에 교사의 태도가 달라져 학교에서 새로운 인재가 돌출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평가를 잘못 받았다고 좌천시키는 방안도 애매하다. 섬으로 보내면 섬 점수를 획득하는 경우가 생겨 오히려 새옹지마가 된다. 교사가 평가를 잘못 받으면 승진에 있어 불이익을 준다고 하더라도 평가의 방법이 객관성을 띠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서 강사가 학생들에게 F학점을 주지 않고 후한 점수를 주어 평가에 오히려 역행하는 사실이 있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정교수의 강의가 폐강이 되었을 때, 교수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교장이 평가를 잘못 받았다고 해서 교장이 교감이 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교원평가! 그렇게 말도 많고 아우성치는 일을 시행하면서 왜 교사를 선발할 때 계약제로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한 교원단체가 반대한다고 해서 안 되고, 어느 교원단체가 찬성한다고 해서 밀어 붙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계약제를 시행한 서구의 제도도 한번쯤은 학교 교원들에게 계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원평가를 시행하는 주 목적이 과연 교사들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것인가? 만약 교사들의 자질을 함양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면 왜 선발할 때 선발고사를 강도 높게 하지 않고 교사로서 자격을 인정하는 시험에 합격시켜 놓고 지금에 와서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실력이 없다고 하면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교사를 교사답게 만드는 길은 교사를 교사답게 대우하는 환경부터 바꾸어 놓아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죽어가는 학교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학생지도에 부실하다 실력이 없다고 하는 상투적인 용어를 남발하는 언론부터 바로잡아 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선구자적 자세가 엿보여야 한다. 어느 e-리포터의 말대로 “신문보기가 두렵다”고 한 이유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많은 교육신문의 현장 리포터들이 매일매일 제시하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