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가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바탕 휩쓸고 간 뒷자리에는 학교에 대한 사회인의 인식과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인식이 겨울철의 싸늘한 기온과 같아지는 것 같다. 존경받아야 할 교직사회가 외부의 힘에 의해 흔들리는 시대적 전환기에 교사로서 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은 교사가 있는 앞에서 예사로 친구들과 재잘거려도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갖지 않는 파렴치한 모습들, 책상 위에 엎드려도 그것에 구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학생들, 그들의 앞에 서서 그것을 보면서 수업을 지속하는 교사들. 이런 교실은 썩고 병든 교실임에는 틀림없다.
학생이 책상 위에 엎드리면 불러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다음부터는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지도가 있어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학생의 바른 수업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엄한 교사이기에 그 수업 시간은 떠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우선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선생님이 지도하는 수업시간이라도 졸지 않은 반은 얼마든지 많다고 한다.
많은 학생을 지도하다 보니, 아니 오랜 교직경험에서 학생을 대하다 보니 학생지도의 매너리즘에 빠져버려 오히려 새로운 신임교사 수업시간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잠을 잘 때도 있다. 하지만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한 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귀찮고 짜증나기 쉽다.
특히 요즘 학생들의 실태에 발벗고 나서서 오히려 말썽만 생기면 진급에 나만 손해다. 괜히 건드려서 피해본다라는 사고방식이 알게 모르게 교직사회에 팽배해 가는 추세는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학생 지도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에 잘 따르고 있는 편이다. 특별하게 지도받아야 할 대상은 항상 소수의 몇몇 학생이다. 그 학생을 잘 지도할 때 학급의 분위기, 학습의 분위기가 잘 되어지는 것이다. 물론 지도력이 탁월한 교사는 학생을 다루는 솜씨가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도력의 우수함만을 가지고 교실환경을 이야기할 상항은 아니다.
썩고 병든 교실을 이끌어 가는 것은 학교 당국도 책임이 있다. 여유 있는 교육부의 지원에 우수한 학생집단 그리고 탁월한 교사들만 공존하는 집단이라면 그것은 금상첨화라고밖에 말할 것이 더 있겠는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학교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산물은 1차적으로는 교사 자신들의 희생이요, 2차적으로는 이런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관리자들의 아량이 필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말한다면 교육부와 교육에 관계되는 주변 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하고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학부모 단체가 학교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는 하나 학교 현실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아니다. 학생을 바르게 이끌고 교사를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배려가 학부모 단체는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교육이 과도기를 걷는다고는 하나 교육의 주체가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학생을, 학급을, 학교를 이끌어 나간다면 오늘의 교육은 그렇게 험난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썩고 병든 교실을 만드는 주체는 주체로서의 의지를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하고, 주체에 따라 객체가 이에 협조하지 않는 문제는 단호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갖도록 해야 한다. 교원평가가 누구에게나 수용되어 만족스러워지는 분위기 공감대는 주체와 객체의 합심일체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