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들은 지하철을 싫어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다'고 한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사고 악몽, 두 번째는 탁한 공기를 들고 있다. 3년 전 지하철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은 그 이후 한 번도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악몽을 떠올리기 싫어서. 막상 타려고 하니 아직은 두렵다"고 한다.
극단적인 애기일지 모르지만 대구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일 것이다. 지하철 사고의 악몽은 두려움뿐만 아니라, 대구의 아픔이다. "1995년 4월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2003년 2월 중앙로역 지하철 방화 대형 참사, 2005년 10월 달성터널 미사일 화재 사건 등 대형 참사는 앞으로도 지울 수 없는 대구의 아픔"이다.
대구지하철 2호선은 1997년 1월 첫 삽을 뜬 지 8년9개월만에, 지난 10월18일 전동차 3편성(18량)이 다사읍 문양역에서 수성구 사월역까지 26개 역을 거치는 총연장 29㎞. 2조3천33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어 지하철 2개 노선이 운행되게 되어, 대구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지하철 시대를 맞게 되었다.
만성 교통체증 구간인 달구벌대로인 동서 방면을 완전히 관통할 지하철 2호선은,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총 312회 운행되고, 전 구간 소요시간이 49분에 불과해 출 · 퇴근길 승용차(약 80분)에 비해 통행시간이 31분이나 단축돼 대구의 교통체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지하철 역세권 활성화는 물론, 시민 생활 패턴과 도심 상권 변화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쪽 지하철'에 그친 지하철 1호선은 환승 효과로 하루 승객이 14만명에서 22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대구지하철 2호선은 기존 1호선과 더불어 지하철 이용승객이 하루 4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전동차와 역사내 마감재가 불연재 또는 극난연재로 설비됐고,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와 연기가 전동차와 터널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수막 및 제연설비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갖춰져 있고, 노약자 및 장애인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설치 및 역사출입구 음향유도기, 젖먹이를 위한 수유공간 등 국제적 수준의 안전시설과 편의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30대 남자가 불을 지르려다 고교생 3명과 격투 끝에 붙잡인 방화미수사건이 발생했다. 용감한 고등학생 3명이 그 자리에 없었으면 또 한 번 대구지하철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9일 오후 1시18분께 대구지하철 2호선의 제2135 열차가 다사 문양에서 수성구 사월 방향으로 운행하던 중, 모 병원역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때에 전체 6량 중 5번째 객차 안에 타고 있던 이 모씨가, 객차 통로에 서서 인화성 물질이 든 스프레이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승객들을 향해 "다 죽여버리겠다"고 외쳤다.
때마침 대구시내에서 학교 계발활동인 영화감상을 끝내고 귀가하던 대구 영남공고 3학년 김 형석(19.화공과). 최 고영(19.화공과).주 세별(19.섬유과)군 등 3명은 불꽃이 발생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단숨에 격투를 벌여, 이 남자에게서 인화성 물질이 든 스프레이와 라이터를 빼앗아 제압했다.
객차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들은 다른 칸으로 가거나 내릴 준비만 했을 뿐, 이 남자의 행동을 말리거나 중단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떠올린 김 군과 그 친구들은 신속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학생의 이름 그대로 이 시대의 최고(최고영)이며, 별(주세별)이고, 반석(김형석)이다.
하지만 나머지 승객들은 한참 후에야 객차 안 비상전화와 휴대전화로 기관사와 112에 신고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무관심하고, 안전불감증이며, 가슴 답답한 이야기가 아닌가? 타고 있던 승객들은 서로가 눈치만 보고 있었을 뿐 아무런 행동을 안했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가슴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 2003년의 대구지하철 대형 참사를 한 번 생각해보라!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끔직했던 악몽의 순간들을! 사랑하는 제자을 잃은 슬픔 등.....이루말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들을 벌써 잊고 있는가?
사건 당시 해당 객차 안에는 50여명 정도의 승객이 있었으나, 다행히 전동차 내부의 의자나 내벽 등으로 옮겨 붙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하니 정말 천만다행이다.
호텔리어가 꿈인 김 군은 "사상 최악의 지하철 참사가 있었던 대구지하철에서, 용감한 행동을 했다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아직은 얼떨떨하다"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을 함께 막아주었던 내 친구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이지만 얼마나 겸손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말인가?
한편 지난 서울 지하철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24일 저녁 8시쯤 사당역에서 동작역 방향으로 달리는 서울지하철 4호선 열차 안에서 임 모씨가 갖고 있던 일회용라이터로 수차례 신문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다. 이 때에 임 씨는 당시 만취 상태였으나, 옆에 있던 어떤 건장한 남자들은 임 씨를 말리지도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상반된 이야기인가? 불을 붙이려 한 사람도 나쁘지만, 이를 보고도 외면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도 이름 그대로 이 시대의 최고이며, 별이고, 반석의 장한 고등학생들이 있으니, 이 지구는 돌아가고 살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