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9일 보도된 오마이 뉴스 인터넷 기사에 “지난 8월말 초등학교 평교사로 정년퇴임한 노형근(64·전 안산성포초등학교 교사)씨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여하는 녹조근정훈장을 받을 자격이 됐지만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실려 있다. 그가 훈장을 거부한 이유는 “죄인이 무슨 포상이랍니까?"이다. 교원 생활을 하는 동안 학부모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있기에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 훈장을 받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퇴직교원 정부포상을 보면 1등급 청조훈장, 2등급 황조훈장, 3등급 홍조훈장, 4등급 녹조훈장, 5등급 옥조훈장이 있다. 황조훈장 이상은 근무경력이 40년 이상 되어야 하고, 홍조훈장은 39〜38년 근무 경력, 녹조훈장은 37년〜36년 근무 경력, 옥조훈장은 35〜33년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30년 이상 33년 미만은 근정포장, 28년 이상 30년 미만은 대통령 표창, 25년 이상 28년 미만은 국무총리 표창, 15년 이상 25년 미만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게 된다. 이처럼 훈장을 받는 것은 몇 시간을 소비하고 받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세월만 지켜갔다고 해서 훈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교육에 공로를 인정하는 그 만한 대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려는 정화 운동의 상징으로 언론에 공개된 노 선생님의 결단은 개화기에 나타난 신파극처럼 우선은 신선한 이미지를 던져 주고 있는 듯하다. 한국 교육의 처음과 끝은 어디인지 그 말로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의 교육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오류인지 그것을 가려내기 힘든 것이 오늘도 교육의 현장에서 느껴진다. 한 사람의 희생은 또 다른 사람의 희생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계도 의식이 솟아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운은 냄비식 기운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빨리 데워져서 빨리 식어 버리는 냄비식 사회 기운은 개혁에 대한 새로운 사고보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사고가 더 팽배해 있지는 않는 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 교육이 잘 되어간다고 하는 것은 노 교사와 같은 분들이 각 학교에 수없이 잠재해 있기에 교실은 썩고 병들어 가는 경향은 있을지라도 학교는 하루하루 교육의 장을 지켜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만년에 주는 훈장을 서슴없이 거절할 수 있는 결단이 쉽지는 않다. 그것도 지나간 시절에 일어났던 한 토막의 사건인데. 이런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분은 그래도 우리 시대의 교사상의 상징이요, 한국형 선비정신의 대변자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선비된 교사는 자신을 지켜가는 데 게으르지 않고 후학을 길러가는 데 온갖 열정을 쏟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