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고3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루었던 어제(23일), 우리학교에서도 22명의 교사들이 시험감독업무를 수행하였다. 아침 7시 30분까지 출근하여 저녁 5시 6분까지(5교시 제2외국어와 한문 시험이 없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에)감독업무를 수행하였다.
중학교 교사들이다 보니 업무에 서투른 점도 있었지만 같이 배정된 감독관이 고등학교 선생님들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몸이 지치고 다리가 아프고, 그것이 가장 힘든일이었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감독관 대기실로 내려왔을 때였다. 그 학교는 우리학교와는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학교 출신들이 많이 눈에 띠었었다. 특히 중3때 가르쳤던 학생들도 있었다.
이미 복도를 왕래하다 마주쳤던 아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았던 학생들이 감독관 대기실로 몰려왔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감독하느라고 고생많으셨죠? 오늘 시험 좀 어려웠어요."
"그래 고생했다. 그런데 왜 집에 안가고 여기로 왔니? 뭐 문제라도 생겼니?"
"아니오. 아까 ○○가 강현중학교 선생님들 많이 오셨다고 해서 인사드리고 갈려고 왔어요. 선생님들 많이 오셨네요."
보통 학생들은 이렇게 힘든 시험을 하루종일 보고나면 심신이 피로해서 집에 갈 생각을 먼저하게된다. 그런데도 모교의 선생님들을 뵙고 싶어서 집에가는 일을 뒤로 미루고 감독관대기실로 찾아왔던 것이다. 정말로 교사를 한다는 것이 보람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돌아간 뒤로 선생님들은 걸어 나오면서 한결같이, "그래도 우리가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저런 것이 바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교육,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이 있다. 누가 교사를 탓하는가. 우리나라 교육의 선봉에는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