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제 命대로 못 살겠다는 교장선생님"는 제하로 교원평가 시범학교로 선정된 일선 학교장들이 전화나 낙서 등 비방 협박의 예를 들며 오죽했으면 학교장이 '정말 제 명에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리포터는 모 단체의 불법행위와 비교육적 행태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어떠한 이유를 대도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자는 아무리 동기와 목적이 순수해도 불법을 합리화하거나 용인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이런 행동을 하도록 원인을 제공했는가? 교-학-정 협의기구의 합의를 어기고 졸속으로 시범학교를 강행한 정부의 잘못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밀어붙이면 되는지 알고 있나본데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요 오산이다.
여기서 시범학교 몇 개교 교장의 '제 命에 못사는 것'보다 더 중대하고 큰 일이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일선학교 교장에게 큰 골치덩어리는 전교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의 잘못된 행태에 치를 떨어 학교 출근을 두려워하고 전교조 회원의 행태가 극성인 학교 근무를 피하려고 일부러 전보 내신을 하여 다른 학교로 떠나는 교장도 보았다. 명예퇴직하는 교장도 보았다.
노사정 합의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국민의 정부 시절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정치적인 놀음에 의해 잘못 태어난 사생아(?)는 사사건건 교육에 걸림돌이 되고 투쟁의 선봉에 서서 교육을 망가뜨리고 편향된 의식교육으로 제자들의 머릿속까지 황폐화시켰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것 때문에 '제 命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교장도 여럿 보았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서서 참으로 희한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교장 목숨을 조이는 원인이 전교조에서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교장 단임제, 50% 공모교장제, 교원평가제, 무자격 초빙교장제, 교감자격증제 폐지, 교장선출보직제, 교직원회와 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시도, 학생의 학운위 참여 등 여당과 교육부에서 내 놓는 정책마다 교장의 입지를 좁히고 교단 갈등을 부추기며 교육 황폐화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의 정년단축을 참여정부에서는 학교장 수명단축으로 바톤을 이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교장 흔들기, 교장 힘빼기, 교장 허수아비 만들기, 교장 무력화시키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교장에게 힘 실어주기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엔 언론까지 가세해 '교원 철밥그릇' 이야기로 교단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래가지고 교육이 살아나지 않는다. 살아날 턱이 없다. 이래도 살아난다면 기적이다.
교단의 꽃인 학교장이 '출근길이 두렵다' '학생과 교직원이 무섭다' '학교가 싫다' '교직에 들어 온 것을 후회한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퇴직하련다' 등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점차 교원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 우리 교육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모 교육청의 간부는 밤 9시 뉴스 시간이 되면 리모콘을 손에 쥐고 있다. 대통령 뉴스만 나오면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꼴보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것이 그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라면 이야기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대다수의 교장, 교감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인 것이다.
또, 모 중학교 교장은 이런 얘기도 한다. "교육부 장관은 반드시 교단 경험이 있어야 한다" 며 "만약, 비전문가를 임명하려면 초·중·고 교장을 한 달 정도 실습하여 교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현장체험시켜야 한다" 고 힘주어 말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리포터에게 이런 글 좀 쓰라고 주문까지 할 정도다. 현장 실정을 모르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꼬집은 것이다.
교장이 정말 제 命대로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를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강행을 반대하는 교사 때문인지, 전교조 때문인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교단 흔들기 때문인지. 이럴 때, 여론 조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설문지 조사도 좋고, 전화 설문도 좋고. 요즘 믿을만한 여론 조사 기관도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