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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대수능 새 지평선 열자

말도 많고 한도 많은 대수능.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면서 절차탁마의 위업을 이룩한 한국 교육 제도의 한 단면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교육의 자화상이다. 전자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수험생의 치팅을 막기 위해 전자탐지기를 지닌 채 수험생을 감독하는 감독관, 그것도 모자라 수험실에는 감독관이 한 명이 아닌 두 명, 세 명이 한 교실에 배치되어 수험생을 지켜보는 것은 교육상 신세대와 기성세대들에게 바람직한 일일까? 한국의 언론뿐 아니라 영국의 전문 언론 채널 BBC 뉴스에서조차 풍자적으로 시험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대수능의 명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 1969년에 처음 실시한 ‘대학입학예비고사’ 제도는 대학생의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저하를 방지하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학의 무한정한 정원 외 학생모집을 억제하여 정상적 운영을 기하도록 하고, 대학간의 질적 격차를 해소시켜 대학의 평준화를 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81년부터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면서 예비고사 성적은 고교 내신 성적과 함께 대학입학시험 성적에 반영되었고, 82년에 ‘대학입학학력고사’, 94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명칭과 내용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대학입학예비고사는 영국(GCE)·프랑스(바칼로레아)·독일(아베트르)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대수능이 일선 학교에 미친 영향은 학교의 등급을 만들었고, 학생에게는 출세의 길을 좌우하는 도구로서 길들여져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 수능에 출제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태도는 달라지고 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가르치려고 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전인교육보다는 수능에 적적한 양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 대수능의 취지가 많은 이들에게 측정의 자료로 사용되려고 했으나, 오히려 악용되어 가는 추세가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수능만능세태, 이것이 만들어 낸 전자탐지기는 세계의 웃음거리로 비춰지고 있다.

이번 대수능 언어영역 시험에 최인훈의 <광장>이 출제되었다. 이 소설의 주된 핵심은 주인공 이명준이 전쟁 포로가 되었을 때 갈 곳을 묻자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 3의 나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부패된 사회, 공존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이중적 인간 윤리가 판치는 사회에 대한 회의를 이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다. 기러기 아빠, 이중국적 소지자 등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수능의 새 지평선은 어디일까? 대수능에서 100점도 받지 못해도 4년제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오늘의 허상이라면 과연 대수능을 볼 필요가 있을까? 전문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경우 대수능을 치르지 않고 내신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터 놓아야 한다. 인문계 학교도 실업계 학교도 온통 대수능에 매달려 대학 간다고 아우성치는 작금의 고등학교 추세에 계속 묵묵부답으로 교육부는 일관해야 할까?

실업계 학교는 학교대로 수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학 수능 과목을 따로 공부해야 하는 이런 모순된 대수능 체제에 이중적 사교육비를 부담시키는 학교와 교육부의 부작위 행위는 바람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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