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칙을 우습게 알아 학교 기강이 무너졌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학생들이 제대로 듣지 않는다"
"엄포, 사랑의 매도 통하지 않는다"
"교권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의 존재가 우습다"
"혹시, 이같은 고민에 빠진 학교는 없나요? 무관용(無寬容) 생활지도를 해 보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곧바로 해결됩니다." 수원의 신설교인 매탄고등학교 박상호 교장(56)의 말이다.
그는 선생님들께 말한다. 절대로 화내지 말고, 폭언하지 말고, 체벌하지 말고 웃으면서 냉정하게 학생들을 대하라고 한다. 예컨대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너, 이번 벌점 3점이다. 인정하지?"이다.
이 학교에서는 상벌점제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원칙대로, 철저히 적용된다. 벌점 20점이면 교내봉사, 이후 20점씩 누계에 따라 사회봉사, 특별교육, 가정학습 처분이 내려진다. 교내봉사, 사회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연장된다. 가정학습의 경우, 학교 일정대로 학습을 하는지 학교에서 2회 확인하며 해당 학생은 결과물을 오후에 등교하여 제출해야 한다.
얼마나 철저하게 적용했는지 상벌점 지도카드가 3상자에 이른다. 학부모들이 이의 제기를 할 경우, 증거물로 들이대니 더 이상 말을 못한다. 토요일 오후에는 벌점을 줄이려고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학생들도 늘어난다. 이 제도에 적응을 하지 못해 알아서 다른 학교로 전학간 학생이 40여명에 달한다.
그는 말한다. 생활지도가 가장 안 되는 이유는 학생들이 교칙 자체를 우습게 알고 잘못을 저질러도 '학교에서 봐 주겠지'하는 안일한 생각과 학교 스스로도 교칙을 '종이 호랑이'로 전락시킨 합작품이라고.
그러나 그는 이 제도가 만능이 아님을 인정한다. 생활지도는 원래 사랑으로 감싸야 하는 건데 요즘 학교 현장은 이 기본 이론이 통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학생·학부모가 이론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론'을 건너뛰어 '실제'로 갈 수밖에 없는 거친 교육환경이 학교를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전임지 교장 시절, 교사의 언어를 문제 삼아 해당교사를 교단에서 추방하려는 학부모의 법적 소송에 6개월을 시달렸다. 그는 교사의 언어 폭력을 문제 삼아 학부모가 걸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을 뼈져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바로 '무관용 생활지도 방법'을 적용하게 된 동기다. 그는 고등학생 정도면 자신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이 믿음을 전제로 이 제도를 철저하게 운영하여 신설학교의 기틀을 바로 잡고 새로운 학교 전통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