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원대학교에서는 학생처에서 주관하는 명사특강이라는 교육과정이 있다. 한 학기에 5,6번 정기적으로 명사를 초정하여 학생들에게 감명깊고 뜻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도 훌륭한 분들의 강연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만족하고 감명 받았던 강연은 바로 황우석 교수의 강연이었다. 세계최고의 줄기세포 연구가라는 수식과 함께 등장한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학생들도 어느때보다도 반짝이는 눈으로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경력, 줄기세포 연구의 역사를 시작한 자랑스런 대한인이란 언론의 부추김보다도 그의 정감있고, 애국심 넘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강연에 참석한 전교생 모두 그의 강연에 웃고, 가슴 따뜻함을 느끼고, 희망을 느꼈다. 그때의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끔 친구들끼리 명사특강에 참석할때마다 "그때 황우석 교수님 강연, 정말 좋았지?"라며 회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며칠전 학교 스키캠프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뉴스를 시청하는 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는. 정말 놀랍고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그것이 거짓이든, 진짜이든, 관련자들이 보여준 책임전가의 모습들, 한때 우상시 되었던 황우석 교수를 이제는 마치 죄인 다루듯 하는 언론의 보도들....
강연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은 정말 놀랐고, 당황했고, 슬퍼했다. 물론 친구들도 그것의 진위를 가지고 자기 나름의 다양한 의견과 추측들을 내놓으며 토론의 시간을 가졌고, 더 나아가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우리 과학계의 타격과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우리나라의 입지의 변화에 대해서도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생각해보고 토론하는데 있어서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그것은 내 친구 모두가 느끼는 것이었다. 황우석 교수가 연구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조작한 것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무리나, 분명 뒤에 정치적으로나 제 3세력이 우리의 줄기세포연구를 방해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무리나 모두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에서 보여진 모습처럼, 갈라지고 서로를 핥퀴고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되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어떠한 오해를 받고 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잘하면 제 탓, 못하면 남의 탓을 하는 많은 우리의 모습이 미래의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추어 질지 걱정이 앞선다. 나의 막내동생이 며칠 전 뉴스를 함께 보며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누나, 저 아저씨, 나쁜 사람이야? 이상하다. 엄마가 우리나라에서 아주 중요한 분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할말이 없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엊그제만해도 나라의 영웅인자가 오늘에는 죄인이 되는 우리네의 현실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