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잡고 등산팀과 스키팀으로 분반하여 한 대의 차량을 이용하여 출발하였다. 차고 매서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일 년이란 세월을 실내에서만 보내고 밖으로 나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정동진의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수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를 쳐다보며 올해도 푸르고 넘실거리는 파도의 기백처럼 힘있고 활력소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간직한 채, 바쁜 일과 때문에 갈 길을 재촉하였다. 설악산에 올라 산의 장엄한 장관을 보면서 정상의 위대함과 자연이 주는 오묘한 신비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였다. 지나간 과거의 모든 것은 여기서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부터는 교육계에 희망만이 가득찬 한 해가 설악산이 주는 신선한 이미지와 같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있었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겨울 날씨인데도 설악산의 정상까지 올라와 심신을 다져가는 모습들이 우리의 토속 신앙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았다. 주변의 모든 것에는 신의 이름으로 고마움을 베풀어 주고 있다는 범신론. 그것이야 말로 한민족의 따뜻한 마음씨가 아닌가 싶다. 자신이 잘되는 것도 못되는 것도 신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결정론적 운명관이 어느 새 우리 내면에 자리잡고 있지나 않는 지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1박 2일의 짧은 교직원 연수였지만 각 개인에게는 자율 장학 형식의 연수였음에는 틀림없다.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각 교사들에게 강조되는 것은 장학이었다. 수업 장학이든 동료 장학이든 간에 교직이라는 직업을 지니고 있는 한 자기 장학에 게으르게 할 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늙은 할아버지” “인터넷 로봇 교사”라는 명칭이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변화를 거듭하면 할수록 학생들의 인터넷 자기 학습 기회는 늘어나고 유비쿼터스가 더욱 강조되는 상황으로 갈 것은 자명한 일인 것 같다.
연수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차창에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과거의 연수와 변함없이 계속되는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교직원 연수도 바뀌어졌으면 한다. 연수가 교사 각 개인에게 자율적으로 이루어졌으나, 마이 카 시대가 도래한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은 높아져 웬만한 관광지와 명승지는 거의 다녀 온 교직원도 많다. 그러기에 관광과 스트레스 해소 형식의 연수에는 참가를 꺼리는 교사도 있다.
이런 점을 보안하기 위해서는 각 교육청에서는 연말이면 각 시의 우수 사례를 내세울 만한 학교와 교육계의 명사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하게 되면 학교 탐방과 명사와의 만남이 관광과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어 연수가 지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놀이를 위한 연수도 아니라는 평을 들을 수 있어 변화된 교직원 연수가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