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초빙제! 이것이 교장의 정년을 채워주는 요인으로 작용해 교장초빙제 본연의 의도를 왜곡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장초빙제의 목표는 유능한 교장을 각급 학교에 초청해 학교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은 그것이 아니다. 교장 4년을 마치고 퇴임으로 남아 있는 4년 이내의 임기를 보완해 주는 역할로, 또 8년 임기를 마치고도 잔임을 초빙제로 가는 이런 방안이 교직에 종사하는 이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교직 사회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제도를 교장의 배를 채우는 형식으로 계속된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초빙되어 갈 때는 기존의 교장과는 대우에 있어서는 차별성이 이어야 한다. 임기가 끝난 교장을 초빙할 때는 특별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소위 모셔가는 데 아무나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는가. 특히 학교에 모셔가는 것 자체는 그 학교의 위상을 새로운 교장으로 하여금 부흥시켜 보고자 하는 7차 교육과정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가 어떤 학교인가? 변두리 시골 학교인가 아니면 도시 중심가에 있는 학교인가?
교장초빙제를 교장의 잔임을 채우는 형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면,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안식년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떠할 지. 안식일을 도입하되 이 기간은 기본급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도 새로운 방안은 아닐 지. 넘쳐나는 교직 사회의 진급자 포화 상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한 방법은 되지 않을까.
말도 많은 이전투구식 교장초빙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쥐고 있는 교육부 입장에서 이 제도를 현 시점에서 바르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안식년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시골에 있는 학교와 신설 학교가 교장의 잔임을 채워주는 한가한 안식처 역할이라면 그 비난을 누가 감당해야 하겠는가?
지식기반사회로 치닫는 산업 사회에서 우수한 학생, 우수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3위 일체가 되어 노력하는 현실에서 교장초빙제 시범 시행은 7차 교육과정에 역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학부모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학교가 되는 것은 우수한 교장, 우수한 교사 모셔가기가 시행되는 첫걸음부터 잘 이루어 질 때 이어서 시행되는 여러 부수적인 일도 잘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사를 뒤돌아보아도 그 파란만장한 역사가 어디서부터 시행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시행 초기에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교육의 민주화를 추진한 지 20년도 채 지나고 있지 않는 현실에서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 무엇인가? 세계적인 지식 정보 경쟁 사회에서 우수한 자원을 교육을 통해서 산출해 내지 않으면 각 국가 간에 네트워크로 치닫는 현실에서 자국의 우월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지도자는 탁월한 지도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대한 철학도 뚜렷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창의적인 지성인이요, 행정가인 사람을 교장으로 초빙하여 시행하는 발판이 우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