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인성교육이 퇴색되어 가는 것을 안간힘으로 받쳐보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순화시켜 동료들과 협동심을 기르고, 이웃을 사랑하고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바람직한 결실을 만들어 보고자 출간된 한 권의 책,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뿌리들의 이야기”가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공존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에 학교 문턱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세대들까지도 이 한 권의 책이 지나온 그들의 시대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하고 현재의 학교 운영을 잘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각 학교에 인성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담당 부서만으로는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교생이 이에 동참하고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담임 선생님이 적극 나서 각 동네에 흩어져 있는 옛 선인들의 얼을 채취하고 또 생존하는 노인들의 체험담을 듣고 녹취하여 그것을 글로 옮겼다. 풀뿌리 인생의 잔잔한 향기가 이 한 권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의 마음에 기성세대들이 살아온 아픈 인생사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기성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책 속의 갖가지 이야기들이 풍겨내는 향기는 삭막해져가는 학내 분위기를 토속적인 풍토로 만들어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을 형성하고자 출간되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온고이지신 정신을 계승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성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생각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유에서 싹트는 것이다. 아무리 수업시간에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한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자라나는 학생들의 내면에 심어주어야 할 고운 심성은 주변 환경과 부모, 그리고 간접체험을 통한 경험이 절대 다수를 이루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변화를 모르고 살아가는 산업사회에 물질에 매료되어 편리와 안락이 주어지면 그것이 삶의 전체인줄 알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것은 인간의 성스러움을 중요시하기보다는 물질에 예속되는 인간의 질곡을 깨달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의 매너리즘에 때로는 슬픔을 느끼곤 한다. 교실에 예사로 떨어져 뒹구는 10원짜리 동전을 보면서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게 해 주지 못하는 교육의 아쉬움도. 1970년대만 해도 1원에 건빵 7개를 주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화폐가 가치가 너무 떨어졌다고만 하기에는 뒷맛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