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 100일과 개학을 하루 앞 둔 제87주년 삼일절. 그래서 일까? 집집마다 개학을 준비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손이 분주하기만 하다. 아침 일찍 아이들의 새학기 준비물을 점검하고 난 뒤 태극기를 게양했다.
방학이기에 홍보가 되지 않은 때문일까. 국경일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내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몇 집뿐이었다. 하물며 주차장에는 방학의 마지막 연휴를 즐기기 위해 떠난 탓에 한산하기만 하였다. 그 어떤 곳, 누군가로부터 ‘태극기를 달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TV를 켜자 모든 방송사는 지나칠 정도로 독일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편성한 프로그램 방영에 열을 올리는 듯 했다. 왠지 모르게 3월 1일 삼일절이 월드컵으로 인해 퇴색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삼일절 기념사에서 노 대통령이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문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일에 대해 추호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의 뻔뻔스러운 행동들이 아직까지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일절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고취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전 국민의 하나가 된 함성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또한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리기 위해 전국방방곡곡에 울러 퍼진 그 날의 함성 또한 이에 못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매스컴에서 흘려 나오는 월드컵과 관련된 노래들을 잘 따라 부르며 흥얼거린다. 그런데 삼일절 노래를 제대로 부를 줄 아는 아이는 거의 없다. 하물며 삼일절이 어떤 날인지 조차도 모른다고 한다.
매년 삼일절이 방학중에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부모 또한 아이들에게 삼일절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탓에 아이들은 국경일을 마치 노는 날로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동계 올림픽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 은메달을 획득하여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면서 울러 퍼지는 애국가 소리에 조국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마음은 큰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국기를 다는 것’ 자체가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인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그 날의 함성과 1919년 3월 1일 전국에 울러 퍼진 그 날의 함성을 잊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