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그 얘의 행동 때문이었다. 아침마다 웃통을 벗어제치고 커다란 밀걸래로 복도를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는 모습이 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신장은 왜소한 편이었지만, 몸은 온통 근육질로 조각처럼 잘 다듬어져 있었다. 참 경이롭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도 저렇게 부지런한 학생이 있었다니……. 속으로 연신 감탄을 하며 그 날은 그냥 지나쳤다. 학기초라 워낙 바빴고 또 그 아이가 다른 학년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 며칠은 일주일간의 청소당번이라 그렇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녀석의 청소는 그칠 줄을 몰랐다. '야, 참 대단한 학생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점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요즘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이 청소를 시켜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바닥에 휴지가 두 개 떨어져 있으면 선생님이 가리킨 휴지만 달랑 줍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아이들 속에서 거의 달포가 지나도록 변함 없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여전히 청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꾀를 부리며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마에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정신 없이 바쁜 학기초가 지나고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작년 오월 초 드디어 나는 그 학생에게 본격적으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동안 복도에서 마주칠 적마다 "안녕하세요?"라며 큰소리로 인사를 하던 녀석이었기에 우린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야, 너 정말 부지런하구나. 네가 여기 복도 청소당번이니?"
내가 이렇게 묻자 녀석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의외였다.
"청소 당번이 아닌데도 청소를 해." "제가 그냥 좋아서 하는기요."
말투와 억양이 좀 이상했다. 언뜻 생각해 보니 분명 북한 말투였다. 나는 부쩍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너 고향이 어디니?"
그러자 그 얘는 큰소리로 "북에서 왔시요."했다.
난 깜짝 놀랐다. 탈북자 한 명이 특례로 입학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바로 이 학생일 줄이야. 어쩐지 모든 면에서 보통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미처 북에서 온 학생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학생과 일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학생을 통해서 책과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북한의 교육제도와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학생 말에 의하면 북한 학교에선 체육을 상당히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단체로 등산을 가거나 구보를 한다고 한다. 이들 운동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그제야 그 아이의 체력이 그렇게 다부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남한에 와서 학생들이 너무나 허약하고 생존력이 없는 것에 가장 많이 놀랐다고 고백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허약하다는 것이다. 학교 생활도 도무지 절도가 없다고 했다. 북한에선 교사가 한 마디 지시하면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남한 학생들은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 학교에서도 체벌이 심심찮게 가해진다는 사실도 그 아이들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렇듯 탈북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우리와 한 민족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유를 찾아 압록강을 맨몸으로 헤엄쳐 건너왔다는 아이. 모쪼록 그 아이가 우리 남한 학교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