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에서 밝힌 교권침해 사건 중에 학부모에 의한 부당한 교권침해 행위의 증가는 이미 걱정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교육수요자와 교육공급자 간의 바람직한 교육공동체 의식 형성의 절실함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이러한 교권침해의 사태가 증가하는 것을 볼 때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갈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최근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권리가 크게 부각되고 교원평가제, 부적격교사 퇴출 등 교직을 시기하고 폄하하는 사회적 풍토가 맞물리면서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전문적 판단을 무시하고,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잘못된 이기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얼마 전 정년을 앞두고 있는 선배 선생님 한 분이 “정든 교직을 떠날 것을 생각하면 한편 아쉽지만 요즈음은 정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빨리 그만두고 싶은 생각만 든다.”고 했다.
교사에게 반항하는 겁 없는 아이들, 교사를 폭행 협박하는 학부모, 고개 숙인 원로 교사와 울고만 싶다는 여교사, 이것이 오늘의 학교 현장의 모습이고 보면 선배의 심경이 이해가 간다. 이러한 교실 붕괴 현상은 수업의 파행뿐만 아니라 교권의 추락과 교사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가 학생을 교칙에 따라 지도한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이 신임 여선생님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사태까지 왔으니 이대로 방치할 경우 모두가 우려하는 공교육의 위기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어쩌면 우리들의 교권 보호를 위한 ‘CCTV’나 ‘School Police'가 등장해야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한 두 명의 자녀를 두고 내 아이만을 잘 가르치려하는 부모들의 이기심과 사십여 명의 학생을 한 교실에서 가르쳐야만 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끝없이 평행선만 긋고 있다.
여기에 날로 더 과열되고 있는 입시경쟁과 사교육 열풍으로 인해 학교는 그 존재의 이유를 의심받고, 우리 교사들은 어느새 바르고 참 된 인재양성을 위해 힘써왔던 자신들의 모습을 잃어가고 오로지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에만 급급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구나 교권을 바로 세우고 공교육의 부실 원인을 찾아내어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할 정부가 교육을 경제적 논리나 정치적인 술수로 사용하면서 학교를 정책 실험의 장으로 삼아 비현실적인 교육정책을 입안,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등 오히려 교직사회를 사기를 저하시키며 교육공동체 간에 대립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작금의 심각한 사태를 관망만 하지 말고 교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교육공동체의 핵심 주체로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범사회적인 스승존경 풍토 조성 운동을 적극 전개하기를 촉구한다. 우리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나 두꺼운 '권위의 옷'이 아니라 잃어버린 '선생님'이라는 사회적 자리매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