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 해소를 신년 최대의 과제로 선택한 대통령과 여당은 ‘양극화 장사’를 교육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들은 교육 양극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예로 서울대 입학생수의 강남·북 비교치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는 등 ‘가정환경이 우리나라 교육 격차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면서 강남이나 서울대가 마치 교육 양극화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참에 국민에게 ‘양극화 세상’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려는 심산인 것 같다.
정부가 나서 부유한 강남에 살면 서울대 많이 간다고 외치니, 어떻게든 강남으로 이사 가려는 학부모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강북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의 자존심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양극화 현상 부각을 빌미로 강남과 강북, 강남과 지방, 서울과 지방을 이간질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실로 교육양극화 해소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게다가 최근 여당 지도부가 앞 다투어 실업고를 방문하면서 못사는 집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는커녕 가뜩이나 기죽어 사는 전국의 실업고생을 폄하하는 비교육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상처받기 쉽고 쉬운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생과 공교육을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려는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교육부총리의 교육관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교육 수장이 공교육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교육 발전에 힘을 쏟아도 부족한 판에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도 없이 대통령과 정치권에 코드만 맞춤으로써 공교육을 더 무력화시키고 있다.
최근 강북의 기피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들겠다고 내놓은 방안이 강남의 ‘잘 나가는 스타교사’ 몇 명씩을 준 강제적으로 강북의 고등학교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스타교사 몇 명이 그것도 짧은 기간에 우수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미 30여 년 동안 실시해온 학교평준화 정책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제는 교원을 강제로 평준화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내놓음으로써 교육부가 교육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육현장과 교직사회에 또 다른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걱정하는 교육 양극화의 궁극적인 해법은 결국 학교교육 정상화이다.
지역 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려면 차라리 기피학교의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하여 첨단 교육 시설 확충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 옳다. 준비 없는 임시방편의 처방보다는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우수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