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가 대통령이 공무원의 선거중립에 대한 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가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공직선거법 9조에는 ‘공무원 선거중립’ 조항이 있으며 현행법상 유권자가 출마 희망자와 밥 한 끼만 먹거나 사례를 받아도 무려 50배를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 현행 공무원 제도에서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수경력직은 제한적이거나, 또는 신분에 따라 제한 없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으나 우리 교육공무원은 국가가 신분을 보장해 주는 대신에 일체의 정치관여가 배제되어 있다.
최근 5.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공천된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눈치 보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에 이해찬 전 총리는 행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게 공무원의 선거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선거 관련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며칠 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당 수뇌부가 정략적으로 실업계 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교육부 국장,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등 고위 교육공무원 8명을 대동하고 이들이 교사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이것은 공무원이 특정 정당의 선거 전략에 이용당한 것은 물론 스스로 노골적인 선거 개입과 줄서기로 명백한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이며 교육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처신이다.
결국 작금의 교육부 고위 교육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은 우리 교육계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의 신뢰와 권위를 크게 실추시킨 것으로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과 국민에 대한 교육계의 위상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행태이다.
더욱이 이들이 일부 정치인들과 함께 실업고를 방문하여 소외받는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는커녕 가뜩이나 기죽어 사는 전국의 실업고생과 학부모를 폄하하여 오히려 교육양극화를 부추기는 비교육적 행태를 조장함으로써 지탄받아 마땅하다.
교육부가 공교육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교육 발전에 힘을 쏟아도 부족한 판에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도 없이 대통령과 정치권에 코드만 맞춤으로써 공교육을 더 무력화시키고 있음에 우리는 분노한다.
이에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교육부의 고위 공무원은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며, 교육 수장은 산하 공무원들의 관리 소홀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고 교육계와 국민 앞에 정중히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