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한국개발연구원, 교육부 인사들이 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여 대학을 지원하거나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에 통합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들은 “전체 교육예산 중 초중등 예산이 86.5%를 차지하는 반면 대학은 12. 5%에 불과하여 OECD 평균에 크게 미달한다”면서 교육부 예산 중 초중등에 내려가는 교부금을 줄여 대학 예산에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투자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데도 공감하며 우리나라 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GDP 대비 대학교육 재정투자의 국가부담 비중이 초중등 공교육에 비해 적다지만 우리나라의 초중등 학교와 학생수가 대학과 어찌 감히 비교가 되며, 또한 초중등교육 예산이 여타의 OECD 국가보다 높지 않은 이상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OECD 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공교육비의 4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OECD 평균 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대학 관계자나 돈 많은 사람들은 초중등 교육의 질이야 어떻든 비싼 학원비와 해외연수 유학 등 사교육에 돈을 쏟아 부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의 논리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초중등 교육은 부실하고 황폐화되어도 상관없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대학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초중등학교에서의 기초 기본 교육은 먼 미래를 볼 때 대학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초중등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대학으로 인하여 초중등교육이 파행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앞으로 초중등 교육기관의 재정투자는 대학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결국 대학경쟁력은 공교육 내실화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규모 초중등학교를 통폐합하여 교원 인건비를 줄이는 등 초중등교육 예산을 대학재정으로 돌리자”라는 주장은 명백히 초중등교육을 경시하는 발상이다. 또한 교육자치 통합으로 대학재정을 확충하자는 방안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그동안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교육자치의 일반자치로의 통합은 교육재정 확충에 보탬이 된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발상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 특별교부금 현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시도의 교육행정기관장에게 교부하는 교육재정 특별교부금은 지극히 인색할 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교부금 점유율에서도 경기도교육청은 25.5%를 차지한 반면 대구시 1.2%, 경북은 2.6%에 불과하여 지역에 따라 50~100배의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 교육자치로는 균형 있는 교육재정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결국 교육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함으로써 교육의 지역별 양극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획예산처, 한국개발연구원, 교육부 관료 여러분! 부디 대학교육의 경쟁력 확보라는 빌미로 초중등교육을 경시함으로써 결국 공교육의 부실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