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도 출발의 달 3월. 얼마나 바쁜지, 아니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지 교직원 환영회를 지난 3월 24일 퇴근 후 학교 인근의 모 화로구이 집에서 가졌다. 메뉴는 돼지갈비.
교직원 회식문화, 많이도 바뀌었다. 술 한 잔, 음료수 한 잔 권하는 사람 없이 각자 알아서 술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자기 잔에 자기가 따라서 먹으면 된다. 우선, 남직원 수가 적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원 44명 중 남교원은 교장과 교감 빼고 4명이다. 또, 그런 일이야 흔치 않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성희롱(?)에 휘말리고, 음주 운전 하다보면 벌금에 징계에 개망신이 이어진다.
알아서 주문하고 알아서 마시고 먹어야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친목회장이 돌아다니면서 음료수 한 잔 따라 주는 것이 고작이다. 어찌 보면 참 편하다. 음식양도 자기가 조정하고 음주여부도 자기가 판단하고 술의 종류와 주량도 본인에게 맡겨져 있다.
2차로 가는 노래방.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선생님들이 차례로 빠져나가다 보니 파장 분위기다. 친목회장 왈, "오늘 남은 사람들을 보니 노래방 분위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노래방은 생략해야겠네요." 아하, 친목회비도 아끼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던가?
리포터는 약 25년전 수원의 모 학교 근무 시 교직원 회식이 떠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회식은 영양보충을 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히고는 전원 참석하였다. 가정일보다 직장 회식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소경 제닭 잡아먹기였던 것이다. 회식 비용은 친목회원 전체가 나누어서 부담하는 것이라 '어떻게 하면 푸짐하게 먹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는 친목회장의 과제였다.
시내 중심가의 갈비집에서 하는데 처음엔 음식점 고기를 먹더니 나중엔 정육점에서 사 온 고기를 몰래 꺼내어 굽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러다 어쩔려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생님의 자존심이 떨어지는 행위 아닌가?',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이심전심이랄까? 모두 공범이 되어 모르는 척 한다. 친목회장은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눈 감아 달라고 '촌지'를 슬그머니 건넨다. 음식, 남기는 것이 별로 없다. 대화도 꽃 피우고 술잔도 돌아가고 더불어 친목도 도모하고.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학교회식도 중요하지만 사생활도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만들기에 가치관을 두는 선생님이 늘었다. 강제로 술을 권하고 억지로 돌아가는 술잔, 없어졌다.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 위생에 좋고 건강에 좋고, 음식 낭비도 하지 않고.
그렇지만 교직원간의 유대관계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동체 의식은 점차 희박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던 그 옛날 퇴근 후 교직원 문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은 아닌지?
못 살던 시대, 잘 살아 보자고 허리끈 동여매고 자기 몸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열강을 하던 때' 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목에 끼인 백묵가루 씻어내야 한다며 퇴근 후 막걸리 한 잔 하던 시대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선배가 주는 잔, 두 손 받들며 황송하게 받아들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선생님들, 그런 시절을 알고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