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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을 왜 존경해야 되죠?

조선시대의 스승상은 '경명행수 도덕겸비 가위사범자(經明行修 道德兼備 可爲師範者)'였다. 즉 경전에 통달하고 도덕을 겸비해야만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본을 보이는 것이고, 가장 큰 지혜는 스승의 삶에서 배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 중의 하나를 스승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플라톤이 곧 철학이요, 철학이 곧 플라톤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서양 철학의 토대를 확립한 플라톤에게는 소크라테스란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열 여덟 살에 처음 소크라테스를 만나 그가 독배를 마시고 숨을 거둘 때까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죽고 나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 그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역시 위대한 스승과 제자는 대물림이 되나보다. 플라톤은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란 훌륭한 제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인품은 고스란히 플라톤에게 전해지고 플라톤의 형이상학 철학은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형이하학의 철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훌륭한 제자가 있었다. 바로 알렉산더 대왕이다.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마케도니아 군사력을 인도에까지 진출시켜 헬레니즘 문화의 토대를 쌓은 영웅 알렉산더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은 알렉산더에게 철학과 군사학 등을 가르치며, 자칫 메마르기 쉬운 군왕의 정서를 고려해 호메로스의 시도 가르쳤다고 한다. 그 결과 알렉산더는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전쟁 중에도 그 책을 가지고 다니며 애독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알렉산더는 문화를 전파하는 군주가 될 수 있었으니 스승의 힘은 과연 위대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승이 먼저 본을 보임으로써 제자에게 큰 깨우침과 지혜를 준다는 점이다.

다시 우리가 사는 현대로 돌아가 보자. 나른한 5교시. 국어생활 시간에 경어체를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께 질문할 땐 '선생님, 물어 볼게 있는데요.' 하지말고 '선생님, 여쭤볼게 있는데요.' 하는 거야 그래야 선생님을 존경하는 어투가 된단다."

그러자 한 녀석이 갑자기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처럼 돈 받고 하는 직업인데 왜 존경해야 하는 거죠?" 한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가치관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선생님이라고 무조건 존경하란 법은 없지. 존경심은 스스로 우러나야지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더구나 선생님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로 전락한 요즘에야 더하겠지. 존경할 만한 선생님이 없으면 네가 나중에 존경받을 만한 선생님이 되어보렴."

말은 이렇게 했지만 하루 종일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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