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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사회 '부장'용어 문제 있다

학교 사회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전관예우라는 관례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 집단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격으로 있을 때도 그 사람을 집단에 있었을 때의 칭호를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군수를 지냈던 사람도 ‘군수시절’과 같이 ‘군수’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났을 때 쓰는 친교적 기능으로서 봐 줄 만 한 경우는 있다.

그런데 학교사회에서 가장 오남용되고 있는 ‘부장’이라는 용어를 실무를 맡은 부장이 옆에 있어도 부장을 지낸 교사를 부장이라고 예사로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할 것 없이 부장이라는 용어는 마치 약방에 감초처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교사는 직분에 어울리는 칭호를 사용해야

매년 3월이 되면 인사이동이 되어 학교 사회가 부장을 지냈던 교사도 타 학교로 가면 부장이 바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1-2년은 있어야 부장의 보직을 받게 된다. 부장이라고 해야 크게 이로울 것도 없지만 너 내 할 것 없이 서로 간에 부장이라는 칭호를 사용해 진짜 부장이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상대 교사를 부를 때 그냥 ‘김교사’ 또는 ‘김선생님’으로 호칭하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굳이 부장이 아닌 교사를 부장이라고 하니 부장인 당사자는 부장이면서도 부장이 아닌 교사를 부장이라는 칭호를 써 가면서 상대를 불러야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장이라는 칭호를 꼭 사용해야만 상대를 존칭의 의미로 생각해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의 형식제일주의 인습이 이렇게 학교에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관찰자적 입장에서 조용히 생각해 볼 때 하루빨리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언어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식과 정보 전달기능, 친교적 기능, 메타 언어적 기능 등 그 사용이 다양하다. 이런 언어의 기능 중 친교적 기능으로 사용해야 할 경우를 공식적인 입장에서 사용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실주의를 맛보는 느낌조차 갖게 한다. 교사는 언어를 정확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서 청렴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언사판이라고 했듯이, 말의 바른 사용은 곧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준거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컴퓨터상에서 만들어지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면 그것이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표준말로 인식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할 수도 있다.

언어와 교사라는 상관관계를 두고 볼 때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과 교사간의 거칠은 말씨가 때로는 교사가 학생을 이끌어 가는 데 더 잘 먹혀가는 데도 문제가 있다. 가볍고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례를 목격하게 될 때마다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겪는 각박한 사회의 한 면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플 때가 있다.

공식적인 용어 사용이 상대를 높이는 첫걸음

교사가 한 교무실을 쓰면서 서로를 존중한다고 공식적인 석상에서 예사로 ‘부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실무를 보고 있는 부장을 대하기 민망스럽게 하는 경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하는 ‘부장’ 용어를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서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에게만 쓰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명예도 좋고 친교적 기능도 좋고 예우도 좋다. 하지만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별하면서 주어진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는 풍토를 교직사회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유교주의 사회에서 형식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지나친 형식은 상대방을 예우하는 차원보다는 오히려 구속하는 것이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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