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42년간이나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인생 나이 60이 넘어서 정년을 하게 된 것만도 요즘 세상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고들 한다. <사오정>이 일반적이고, <오륙도>라고 하는데 62세 정년을 한 우리는 <오적>에 들만큼 지탄의 대상이라는 고들 놀리기도 해서 웃곤 했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초등교육에 몸담았던 나는 이제 그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상하였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조그만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이니 파격적인 일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신문이고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교 선생 출신이 편집국장이라는 것은 어쨌든 파격이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99년부터 사이버상의 기자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다. 이미 서울에서 발행되는 2개의 종합 일간지에 연재를 쓸 만큼 활동력이 인정을 받았고, 지금도 4개의 신문에 디지털특파원이나 명예논설위원, 블로거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등 언론계에 지평을 넓혀왔던 탓일 것이다. 또한 문단에서도 중진에 속하는 편이어서 전혀 엉뚱한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학교 생활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진정으로 이런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 자신도 상당히 걱정을 하였었다. 그런데 막상 첫 데스크에서 일해보니 그렇게 힘들거나 내가 어려워할 만한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나는 정년 3년 전부터 준비를 해온 분야에 대해 활동을 해보아야겠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다. 노인교육전문가과정을 이수하여서 [노인교육]에 대해 활동을 해볼 계획이었지만, 그것보다는 학교에 근무했던 내가 나의 직업의식을 살려서 활동할 일을 갖기로 하였다. 노인교육 보다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이수한 <전통문화지도사>의 자격으로 능력을 발휘하여서 어린이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에서 안내와 해설을 하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민속박물관의 자원봉사자 모집에 응모를 하였고, 정식으로 선발이 되어서 이미 32시간의 보충교육까지 이수하였다. 갓 교육을 마쳤지만 다음주부터 활동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경복궁 옆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만도 60여명이 필요하다. 나는 초등학교의 근무경험을 살려서 어린이박물관에서 해설과, 데스크를 담당하면서 돕기로 하였다. 이제까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일했다면 이제는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나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 사회에 봉사하고 무엇인가 남을 돕게 되었다는데 자부심도 생기고 어서 그날이 와서 멋지게 활동을 해보고 싶어진다.
내가 맡아서 가르치던 어린이들은 아니지만 어느 어린이나 다 같은 우리 어린이들이 아닌가? 민속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차분하게 그리고 열심히 해설을 해주고, 그들이 알고 싶은 것을 알게 해주는 일과 박물관이 즐거운 곳이 되고 놀이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전통을 익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그리하여 나는 비교적 다른 사람들이 즐겨하지 않는 날짜를 찾아서 일요일 오전에는 데스크를 담당하고, 목요일 오후에는 설명을 담당하여서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20일이면 내가 처음으로 어린이들과 만나는 날이 된다. 나이 60이 넘은 내가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학생 같은 기분으로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