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명숙 총리 지명자의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갖게 되었다. 총리란 어떤 자리인가. 조선시대로 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가 아닌가. 그 자리에 여성이 오른 것이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이 들으면 정말 경천동지할 일이다.
여성단체들은 여성도 총리까지 될 수 있다는 사회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지만, 기실 우리 사회가 과연 여성 총리 한 명의 탄생으로 양성 평등화가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정치·경제·행정·군사·교육 등의 모든 요직은 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전체 297명 중 여성의원은 겨우 41명으로 13.8%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76위에 그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이 아직도 많은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수치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의 법 제정이 점점 양성평등화 쪽으로 흘러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법제정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이다.
이 인식의 전환은 당장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는 한 사람의 인성과 사고의 틀을 형성시켜주는 가장 적합한 도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찌감치 학교에서 양성평등 의식을 심어주면 사회는 자연스럽게 양성평등화가 이루어진다.
요즘 학교에선 양성평등 교육의 일환으로 '기술·가정'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상은 남학교에선 기술을, 여학교에선 가정에 더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행태는 '기술·가정'이라는 과목을 도입한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처사인 것이다. 따라서 남학교에선 오히려 가정을, 여학교에선 기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침으로써 서로의 역할과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양성평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보 제공은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즉, 지금의 교육 과정에 들어있는 성교육처럼 양성평등 교육도 정규 교과 과정에 삽입하면 해결된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유교적 사고 방식'부터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예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드라마만 보아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파리의 연인'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대표격인 드라마라 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라이벌', '황태자의 첫사랑' 등등 많은 드라마들이 이러한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예들을 보여주었다.
여성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더불어 양성평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또한 남성들의 유교적 사고 방식이다. 한 예로 명절만 되면 각 신문사마다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죽도록 일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남성들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공평한 사례들을 바로잡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여성들은 자립심을 길러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매스컴은 여성들의 성공 사례담을 발굴하여 전파하면 좋을 것이다. 역사 속의 여성 위인들과 세계의 여성 CEO 소개라던가 아니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여성 총리들에 대한 사례들도 좋은 소재들이 될 것이다. 남성들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이젠 집안 일은 무조건 여자만 해야된다는 고루한 사고 방식을 버리고, 서로 조금씩 분담해서 하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맞벌이 가정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남편이 가사를 도와주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서 겨우 30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외벌이 가정의 경우 이것마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루려면 거창한 구호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진짜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매뉴얼을 개발해 이를 학교에서부터 가르쳐나갈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리포터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