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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자의 작은 배려가 수업결손을 막았다

컴퓨터를 무리하게 한 탓일까. 며칠 째 심한 어깨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평소에 웬만해서 병원에 가겠다고 말하지 않던 내가 병원에 가야겠다고 하자 제일 먼저 걱정을 한 사람은 아내였다.

월요일 아침 수업이 없는 2시간을 할애하여 병원을 찾았다. 휴일이 낀 탓인지 시간이 이른데도 불구하고 병원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정형외과 쪽은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수업시간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예약을 해두지 않은 것에 후회가 되었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내가 진료를 받을 때까지는 족히 2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실 앞에서 내 이름만 불러지기를 기다리며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한 간호사가 나오더니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순서로 보아 분명 내 차례가 아닌 듯 하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계속해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간호사의 외침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다가가 이름을 확인한 결과 그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OOO 환자님이세요?"
"네~에. 그런데 제 순서는 아직 멀었는데?"

그 간호사는 주위 사람을 의식하듯 내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만 지어 보였다. 진료를 받는 내내 그 궁금증은 풀리지가 않았다. 마침내 진료를 마치고 나오자 하얀 가운을 입은 한 간호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저 O회 졸업생 OO예요. 기억 안나세요?"
"그래, 수업시간에 매일 쓰러지곤 했던 OO구나."

"네. 맞아요.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고생은 무슨? 그런데 지금은 건강하니?"

"그럼요. 이제 간호사인걸요. 그런데 어디 많이 편찮으세요?"
"아니, 그냥 조금"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그래, 고맙구나. 너도 건강하렴. 그런데 선생님이 수업시간 때문에 가봐야겠구나. 나중에 한번 보자."

그제야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이 모든 것은 진료실 앞에서 수업시간 때문에 안절부절하며 서성거리던 나를 발견한 제자가 내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진료순서를 바꾸어 둔 것 같았다.

제자와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난 뒤, 진료비를 계산하기 위해 원무과로 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진료비가 누군가에 의해 계산이 되어져 있었다. 진료비 또한 선생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나를 대신하여 제자가 계산한 것 같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뒤로한 채 진찰을 받은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제자의 배려로 그 날 수업결손이 생기지 않은 것에 대해 무어라 고마움을 표할 수 없다.

그리고 병원 앞에서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던 제자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한편으로 제자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지 못한 것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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