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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쩐다'와 '찌질이'를 아시나요?

학생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다보면 미묘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말끝마다 무슨무슨 '-삼'. 무슨무슨 '-염'자를 붙더니 올해부턴 또 입만 열면 '쩐다'와 '찌질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일반인들은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단어의 용례를 가만히 살펴보니 '쩐다'는 주로 엄청나게 감동적인 일이거나 어이없는 일에 붙이고, '찌질이'란 단어는 행동이나 생각이 굼뜨고 약각 덜 떨어진 듯한 아이들에게 붙이는 놀림조의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매우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야, 그 영화 쩔더라."

옆 짝꿍이 방귀를 뀌어도

"야, 너 방귀냄새 쩐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도

"와, 경치 정말 쩌는데." 등의 식으로 사용한다.

요즘엔 '찌질이'란 단어가 파생되어 '개찌질이'란 단어도 생겼다. 앞에 '개-'라는 강세 접두사까지 붙은 것이다. 이는 '찌질이'보다 훨씬 어감이 강해 학생들 사이에선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앞에 '개-'가 붙은 '개찌질이'는 보통의 '찌질이'보다 훨씬 더 어리숙하고 멍청한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은 삼 척 동자도 다 알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사소한 실수라도 하는 날엔 단번에

"야, 너 개찌질이니?"라는 면박이 쏟아진다.

정말 요즘의 고등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이 아니다. 순종적인 학생들보다는 반항적이고 비틀린 학생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교실에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학생을 부르면 바로 "왜요?"란 대답이 튀어나온다. 언제든 따져 물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말이라도 그 말이 주는 느낌이 달라서 상대방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예뻐 보이면 천 냥 즉 요즘 돈으로 3천만 원이 넘는 빚을 탕감해주겠는가.

이런 것을 보면 사소한 표현 하나하나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살 맛 나게 할 수도, 삭막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언어를 가지고 이처럼 비틀고 풍자하는 아이들의 심정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가위눌리는 입시교육 풍토 속에서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라도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항거해야 스트레스가 좀 풀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빨리 우리 아이들이 곱고 아름다운 말만 써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그런 세상이 도래하길 리포터는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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