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투표하는 사람에게 복권이나 문화상품권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추세다. 이에 어떤 나라는 투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거나 공직 임용과 여권 발급, 참정권 등을 제한하는 나라도 있다.
정부의 ‘투표용지 복권화’ 방침은 복권의 당첨 기대 심리로 투표율도 올라갈 것이고 또 추첨을 보기위해 개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민으로서 무조건 반대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복권 긁기나 백화점 경품 행사 정도의 천박한 과정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앞으로 정치권은 정치에 대한 범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당리당략 차원의 연구에만 골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incentive)’란 말은 ‘자극적인, 고무적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인센티브 부여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1995년 5·31교육개혁의 조치로 도입된 제도 ‘봉사활동’이 바로 그렇다. 7차 교육과정에서의 당초 도입 취지는 봉사활동을 학교 교육과정에 통합시켜 지역사회에서의 봉사활동을 배움의 일부로 보고 자원봉사를 학교가 조직적·체계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이었다.
개인당 연간 중학생은 18시간, 고등학생은 20시간을 수행하여야 만점이 되고 이는 결국 입시를 위한 내신 성적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림으로써 원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제도로 전락하여 신성한 봉사활동 그 자체를 매도하거나 왜곡시켰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일단 입시라는 테두리로 편입되고 나면 심하게 왜곡되어 버리는 우리 현실에서 봉사활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기회나 수요층의 인식 부족, 학교 급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미비된 실정까지 겹쳐 학부모가 자식들의 봉사활동을 대신하고, 가짜 확인서가 범람하는 웃지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교내 환경정화 또는 소풍, 체육대회 등 학생으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활동까지 ‘점수 주기’식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수준 낮고 급조된 실적 등으로 점수 채우기에 급급함으로써 스스로 하는 ‘대가없는 희생과 봉사’가 주위의 강요나 입시에서 한낱 점수 매기기를 위해 억지로 하는 활동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대가성’ 활동과 ‘순수한’ 봉사활동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개념의 왜곡이 우려된다.
이것이 바로 무분별한 ‘인센티브제’의 대표적인 왜곡 현상으로, 우리 교직사회에도 승진을 위한 부가점 등 인센티브가 난무하여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국민들이 얼마나 호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얄팍한 인센티브제 도입은 부작용 또한 만만찮은 바람직하지 못한 발상이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