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능력은 모든 학문의 기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연구자료들에 따르면 학교든 회사든 간부가 하는 일의 절반 가량은 글쓰는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요즘 대학들은 이런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앞다투어 작문 과목을 신설하거나 강좌 수를 늘리는 추세에 있다. 이는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을 효과적으로 높이려는 뜻에서다. 예컨대 정보화 사회에서 팀별 조직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인데 이런 활동은 주로 대화와 더불어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남이 갖지 못한 든든한 무기 하나를 더 갖춘 셈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은 평생을 글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경쟁력을 지닌다. 우리에게 '생명의 다양성'이란 논문으로 잘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동료 교수의 글쓰기 강좌를 2학기 동안이나 들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 선생님 말씀처럼 요즘 고등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은 정말 기대 이하다. 자기 뜻을 전달하는 표현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고력, 논리적 비판을 곁들여 글을 구성해 내는 능력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수능이 여전히 암기 위주여서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독서능력조차 다져져있지 않은 까닭이다. 수능의 언어영역도 읽기를 측정하는 선에서 끝나는데, 그것마저 지문이 길지 않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논술 교육도 문제다. 기능 위주로만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의 글이 한결같이 고정된 틀에 박혀 있어 첨삭지도하기가 난감할 지경이다. 논술이든 일반 글이든 잘 쓰려면 우선 세상에 대한 분석력, 이해력, 자기 주장을 새롭게 전개할 수 있는 창의적 경험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입시교육 때문에 이런 상황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선 모든 교과에 글쓰기를 활용토록 권장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총체적 언어학습'이라 해서 범 교과적으로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대학마다 라이팅 센터(writing center)라는 공간이 있어서 늘 전문 교사가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한다고 한다. 우리도 중·고등학교에서부터 글쓰기를 하나의 필수 과목으로 독립시켜야 하는 이유다.
학생들도 틈틈이 신문이나 문학 작품을 많이 읽고 읽을 때마다 훌륭한 문장이 있으면 꼭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평소 일기를 꾸준히 쓰거나 좋은 글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필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의사 표시는 할 수 있을 정도의 글은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