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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어디까지가 '교육적'인 것일까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순수한 교육적 열정에서 편식을 예방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을 기울인 것이 이런 물의를 일으켜 여하튼 죄송스럽게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영양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고른 영양 상태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신념을 갖고 급식지도를 하는 것이 이렇게 돼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교육적인 사랑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모 초등학교에서 점심 급식 때 어린이들이 먹다 남긴 음식(일명 ‘잔반’)을 강제로 먹도록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었던 영양교사의 말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방법상의 잘못은 있었을지 몰라도 교육자로서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식습관을 바르게 지도해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점심을 빨리 먹도록 강요하고, 식사시간을 잘 지키지 못한 학생에게 벌을 주고 반성문도 쓰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말이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나의 기대에 못 미쳐 그렇게 한 것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상 잘못됐음을 인정합니다.”

모 여고 교사가 학생 가운데 ‘수업에 따라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실 안에 남겨둔 채 교실 문을 잠그고 나가버린 것을 두고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에 대하여 자신의 소신을 말한 것이다.

두발지도 문제도 보자. 학교에서의 두발규제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 권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체로 학교와 교육당국에서는 인권을 침해하고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 생활에서의 학생다운 용모 지도를 위한 ‘교육적 차원’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인권’과 ‘교육적 차원’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모두가 한결같이 ‘교육적 사랑’, ‘교육적 소신’, ‘교육적 지도’, ‘교육적 차원’을 위하여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교육적’인 것일까? '교육적 차원'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며, 교육적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누가 내려야 할 것인가?

최근 들어 갑자기 대두된 이런 갈등으로 인하여 결국 교사들의 순수한 ‘교육적’ 열정마저도 식어버리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요즘 교육 관련 기사들을 보면 벌을 주어서라도 바른 길로 안내하는 ‘교육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말썽나지 않게 적당히 처신 잘하는 ‘처세꾼’ 되기를 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상하게 감싸주는 어머니와 엄하게 나무라는 아버지가 모두 필요한 법인데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교사들에게 자상한 어머니만 되라고만 한다. 그러면 엄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가장 숭고한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종교의 수도자들도 수행의 과정에선 엄한 규율아래 심지어는 체벌을 가하는 법인데 말이다.

물론 교사에게 주어진 교권은 학생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원이 학생교육 활동 중 학생의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거나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범주를 벗어난다면 그것이 아무리 ‘교육적 소신’이라 할지라도 바람직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교육적 지도’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다소 반대할 지라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 만약 이로 인하여 교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교권확립에 걸림돌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히 그리고 의연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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