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승의 날 일자 변경에 대한 논의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달 13일 한나라당 모 의원께서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는 내용의 ‘스승의 날 변경 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30일에는 스승의 날 변경에 관해 서울시교육청내 TF팀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고 하니 이는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봅니다.
무엇 때문에 정치권, 학부모단체, 교육행정당국에서 스승의 날 일자, 명칭에 대한 변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섭니까? 스승의 날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존경받아야 할 스승인 선생님과 존경해야 할 학생들 사이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왜 정치권, 학부모단체, 교육당국행정에서 거론하십니까? 선생님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스승의 날에 대한 거론은 삼가시는 게 좋습니다.
더군다나 서울시교육청에서 스승의 날 변경에 관한 팀을 구성한다고 하니 이도 또한 썩 유쾌한 소식은 아니군요. 어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기관입니까? 누가 서울시교육청에 이 문제에 대해 위임했습니까? 무슨 자격이 있다고 스승의 날을 옮기니, 명칭을 바꾸니 이런 말이 나옵니까? 상부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도 가만히 있는데 왜 서울시교육청에서 앞서갑니까? 자기들의 위치에서 자기들의 일만 하셔야지 너무 앞서 가면 곤란합니다.
스승의 날은 일자도 명칭도 변경되면 안 되고 그대로여야 합니다. 왜 5월에 스승의 날을 정해 놓은지는 정확히 몰라도 아마 싱싱하고 푸른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가장 좋은 계절에 가장 존경하는 부모를 생각하고, 스승을 생각하면서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을 되새겨봅니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는 같다’는 뜻 아닙니까? 이는 결국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님을 존경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을 존경하며, 자녀를 기르는 부모를 존경하라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부모보다 우위에 두고 있는 스승의 존경심마저 아예 없애려고 합니까? 이를 거론하는 자체는 사회조직을 허무는 거와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사회에서 자녀들이 부모 밑에서 자란 다음에 학교사회에서 학생들이 선생님 밑에서 배움을 거쳐 사회에서 한 백성으로서 사회구성원이 되어 임금님의 다스림을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간사회인 학교사회를 무시한다면 사회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부모님에 대해서도, 임금님에 대한 존경도 사라지고 맙니다. 부모님의 존경을 위해서라도, 임금님의 존경을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의 존경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바꾼다고 하는 말 자체는 아예 없는 걸로 하셔야 합니다. 학교사회에서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중요시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인격을 통하여 자기들의 인격을 만들어가고 인격을 다듬어가면서 저절로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스승’이라는 말을 기성인들이 격하시켜서도 안 되고 없애려고 해도 안 됩니다.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어른들이 빼앗아 가면 안 됩니다.평생 그런 마음이 생기도록 오히려 옆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스승=존경’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스승의 날 변경에 대한 논의는 없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자기의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야 합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선생님에게 고분고분하면서 돌아서서는 선생님들을 욕하는 그런 자세는 자녀들이 바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순수성을 잃게 하는 분이 바로 그들의 부모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녀들 앞에서 선생님들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게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바르게 성장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촌지에 대한 말은 끄집어내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왜 이런 말이 계속 나옵니까? 선생님들을 너무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촌지라는 말 만든 사람도, 끄집어내는 사람도 학부모입니다. 이제 선생님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십시오.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그리고는 임금님을 섬기듯이, 부모님을 섬기듯이 선생님들을 섬기는 자세를 가지셔야 합니다. 그게 교육을 살리는 길입니다.
스승의 날 변경에 대한 말 자체도 선생님들은 싫어하고 불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자제해 주셔야죠. 스승의 날은 그대로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