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영민이가 열이 많이 나서 병원에 갑니다."
아침이면 가장 먼저 달려와서 까만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작은 소년, 김영민. 그 동안 달리고 뛰고 소리 지르느라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는 시간이 더 짧을 것 같은 영민이. 떠들어도 좋으니, 시끄러워도 좋으니 제발 아프지는 말아다오.
고백을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입니다. 며칠 전에 너무 떠들고 달려서 나도 모르게 볼때기를 꼬집은 것이 그만 멍이 든 것 같았습니다. 본인도 어디서 그랬는지 기억도 못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내 손에 잡힌 연한 볼살이 멍든 게 분명합니다. 빨리 나으라고 볼 때마다 물파스와 연고를 발라주는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연신 웃고 좋아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참 미안했던 며칠이었습니다.
이젠 그 멍자국이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편해졌는데 갑자기 결석을 한 오늘. 그림이라도 그리자고 하면, 그리는 시간보다 내게 말거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입니다.
"선생님, 영민이 잘 하고 있나요? 이라고 하면 좋아요?"
'이라고가 아니고 이렇게 라고 말해야지. 응, 영민이가 참 잘 하고 있네. "
"진짜요? 에이 거짓말. "
"아니야, 진짜야. 종이도 버리지 않고 잘 하는데 그러네. 조금만 더 차분하게 색칠하면 더 좋겠다."
"그럼, 영민이 합격이에요?"
이런 입씨름을 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랍니다. 요즈음은 8시에 와서도 책읽는 흉내를 내면서 떠들지 않아서 칭찬을 자주 듣곤 합니다. 물론 내가 자리를 지킬 때에 한해서 입니다. 승현이나 다른 친구들과 손이 맞아서 금방 싸우고 소리지르는 일이 다반사이니까요. 자기가 잘못한 일이 아니면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을 보여서 표가 납니다.
어느 사이에 자리를 잡아가는 개구장이들이 귀여워지는 요즈음입니다. 이렇게 정이 들어 가나 봅니다. 어쩌다 하얀 레이스가 달린 브라우스라도 입고 오면, "우와, 선생님이 참 예쁘다!"고 하며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 덕분에 오십견으로 고생하는 아픔도 잠시 잊게 되곤 하지요.
"진짜로 예쁘니? 선생님은 늙었는데 뭐가 예쁘니?"
"아니에요. 진짜로 이쁘세요."
내일은 우리 영민이가 감기를 이기고 학교에 나오기를 바라며 예쁜 옷을 미리 챙겨둬야겠습니다. 영민아, 오늘은 네가 오지 않아서 보고싶구나. 내일은 꼭 와서 함께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