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당 진수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촌지근절을 명분으로 한 법안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원 금품향응수수 관련 징계처분기준'을 세분화 하여 시·도교육청에 시달했다. 가뜩이나 지난 5월 '스승의 날 휴업'을 두고 촌지 문제와 연관시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터에 또 한 방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촌지 등 뇌물은 정치, 법조, 경찰, 세무 등 공무원의 어느 집단에서든 똑같이 근절되어야 한다. 더구나 교육부가 지적한 대로 업무 특성상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해서 교원 집단에만 특별히 처벌을 강화하거나,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별도의 처벌법을 제정하려는 처사는 대부분의 선량한 교원을 마치 촌지 받는 '선생 김봉두'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공무원, 행정공무원 등 여타의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도덕성이 없어도, 적당히 뇌물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인가. 도덕성이 필요한 직업이 따로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어느 누구든지 옳지 못한 돈을 주고받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뇌물성 촌지는 현행 국가공무원기본법에도 대가성 뇌물 등으로 얼마든지 중징계 할 수 있으며, 국가청렴위원회의 징계기준으로도 100만 원 미만은 해임까지 시킬 수 있는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원들만 가중 처벌하려는 법안을 별도로 만들려는 것은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난다.
따라서 촌지나 뇌물에 관한 한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이 그런 악법을 제정하려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교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가 앞장서서 교직사회를 '촌지수수집단'으로 불신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고 '배고프다고 제 새끼 잡아먹는 격' 이다.
이는 대부분 성실하게 직무에 전념하는 교원의 교권과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킴은 물론 가중처벌보다도 엄한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촌지 근벌을 위해서는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엄격히 적용하고, 나아가 교직사회 내부적으로 끊임 없는 자기 정화를 유도하여 상호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해결해 보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행정편의 남용'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