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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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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을 놀게 해 주세요


오늘도 민혁이가 결석이다. 일요일에 교회에 다녀오다가 넘어져서 손바닥을 꿰맸다고 한다. 명범이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다쳤는지 목이 아파서 조퇴를 했다. 아직 신체 발육이 진행 중인 탓이라 아이들이 잘 다친다. 무릎이 까진 영민이, 발바닥이 유리에 베인 고은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나리...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꾸 다쳐서 마음이 아프다. 아니면 집에서 여러 개씩 학습지를 하느라 지쳐서 학교 공부 시간마저 지루해 하는 아이들은 마음마저 아픈 것 같다. 틀에 박힌 일상을 사는 아이들이 참 많다. 학교가 끝나기가 바쁘게 학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없어 보인다. 2시간 끝나고 노는 시간을 기다리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니 비가 오거나 전체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내게 아우성이다. 놀 시간을 안 준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아이들이란 그저 많이 놀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숙제도 최소한으로 줄여서 주는 내가 학부형님들에게는 못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1학년이면 글씨를 읽을 줄 알고 간단한 단어를 쓸 줄 알면 그외의 것은 기본 생활 태도나 예절을 몸에 익히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며 티없이 자라게 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습지와 학원을 하느라 하루에 4가지 공부를 한다는 아이는 공부 시간에도 목이 아프다며 칭얼대곤 한다. 공부를 하다가도, "선생님, 갑자기 소리 지르고 싶어요. 물건을 던지고 싶어요, 내 다리가 이상하게 아파요."하며 하소연 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지적인 능력이 우수한 그 아이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하다. 그리고 유난히 소리를 잘 지른다. 놀이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라지 못하고 어른들의 대리만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탓이다. 아이답지 않게 지나치게 꼼꼼하거나 실수를 두려워 하며 실패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1학년인 아이들이 이처럼 학원 공부와 학습지의 홍수 속에서 학교 공부마저 힘들어하는 현실이 마음 아플 뿐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부모의 교육열이라는 이름아래 혹사당하는 현실이 슬프기만하다. 제발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구가하며 많이 놀게 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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