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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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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오늘 야간자율학습 해요?"

13일 화요일 아침 출근 길. 오늘따라 거리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띠었다. 특히 초등학교 등굣길에는 워낙 많은 아이들이 붉은 색 옷을 입고 등교를 하는 탓에 붉은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출근을 하자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지난밤에 있었던 월드컵 경기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더욱이 오늘밤에 있을 우리 나라와 토고와의 경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흥분이 고조된 상태였다.

사실 6월 10일 월드컵 개회식이 거행된 이 후 수업시간에 월드컵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물며 예전에 비해 수업 시간에 조는 아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리고 월드컵과 관련된 책자를 가지고 와 탐독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조회시간.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월드컵 이야기로 시끌벅적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야간자율학습 유무에 관한 건이었다. 조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궁금한 내용을 먼저 물어 보았다.

“선생님, 오늘 야간자율학습 해요?”
“글쎄.”

시큰둥한 내 대답에 아이들은 못마땅하듯 아우성을 질렀다. 나는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월요일 교무부에서 나누어 준 기말고사 시간표를 교무수첩에서 꺼내며 진지하게 말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가 원망스러운 듯 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기말고사 시간표가 발표 났으니 공부나 열심히 해.”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내 말에 한 여학생이 애교를 떨며 사정을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하였다.

“선생님, 시험 공부 열심히 할게요. 제발 자율학습만은…”
“정말이지? 너희들의 뜻이 정 그렇다면 한번 이야기를 해보마.”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제야 아이들은 진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자 한 녀석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저희하고 내기해요.”
“내기를?”

내기를 하자는 말에 아이들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맞장구를 쳤다. 내심 그냥 축구를 즐기는 것보다 그 아이의 말처럼 무엇인가 타이틀을 걸고 축구를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아. 어떤 식으로 할거니?”

내 말에 아이들은 각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워낙 의견이 분분하여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아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일 좋은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스코어를 맞히는 사람에게 야간자율학습 하루를 빼주기로 하였다. 아이들 또한 내 제안에 찬성을 하였다. 그리고 난 뒤,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있는 스코어를 적어 내라고 지시했다.

아이들이 적어낸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 나라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코어는 2대0, 1대0, 2대1, 3대0, 3대1, 3대2 등 여러 가지였다. 그 중에서 스코어 2대0으로 이길 것이라고 적어낸 아이들이 제일 많았다.

아무쪼록 아이들의 염원대로 오늘밤 대토고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아이들이 환하게 미소짓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응원전을 펼치면서 그 동안 공부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훨훨 날려보내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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