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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건강한 학급 만들기' 우리 모두 해보자

우리학교 2학년 10반 교훈이 ‘37-1=0’입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담임선생님은 우리반 학생이 37명인데 한 명이라도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단결을 강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급이 하나 되기 위해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여름방학 때 울산교육연수원 분임실에서 초임선생님들과 교육현안에 관한 분임토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15명의 초임선생님들의 진지한 발표가 있었는데 어느 선생님께서 '43명이 아닌 하나 되기'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순간 내 가슴은 찡했습니다. 울산교육의 시책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초임선생님이지만 교육시책에 맞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이 너무 아름다웠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은 후 저는 이런 말을 해 준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개성이 있기 때문에 같은 점도 있을 수 있고 다른 점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점을 극대화하면 갈등이 생겨 미워하게 되고 하나가 될 수 없지만 다른 점은 최소화하고 같은 점을 최대화하면 서로 사랑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나와 같은 점 찾기에 힘을 기울이도록 하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건강한 학급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학급이라는 공동체가 ‘친숙함-갈등 극복’의 단계를 잘 거치게 되면 ‘건강한 공동체 형성’의 단계인 건강한 학급이 되고 진정한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학기가 되면 새 학급이 탄생합니다. 학급구성원은 대부분 낯섭니다. 학생 모두는 우리 반 선생님과 학생들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생깁니다. 그리고는 학생들과 선생님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노력과정을 통해 친숙해지려고 합니다. 이 단계가 바로 첫 단계인 ‘친숙함’의 단계라고 봅니다.

이 단계는 학급구성원 모두가 장점만 보이려고 애씁니다. 단점은 숨기려고 합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긴장하게 되고 진정한 교제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학급에 대한 소속감을 갖도록 세시한 배려가 필요함을 알고 담임선생님은 ‘누구를 도와줄 것인가?’ ‘무엇을 도와 드릴까?’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다음은 ‘갈등 극복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서서히 친구들의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함을 봅니다.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생각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친구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갈등을 하게 됩니다.

지난주에 3학년 한 학생이 말을 하지 않고 눈물만 계속 흘리고 있어 담당 선생님께서 병원에 데리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2학년 때 반장을 하였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3학년 올라와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초기우울증 현상까지 보여 관련 선생님을 통해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본인은 일체 말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니 원인을 쉽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성적으로 인한 개인문제, 친구문제, 가정문제 등 다각적인 면으로 분석하도록 했는데 보건선생님께서 그 학생의 친한 친구들을 불러 상담을 해보니 친구간의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이 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을 풀어주기 위한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친구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해야만 본인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되고 학급도 건강한 학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급이라는 공동체에서 나와의 다른 점이 보이면 나와 개성이「다르구나」라고 받아들여야지 나와 「틀리구나」라고 생각하고 배척하면서 선을 그으면 상처만 주게 되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언제나 자기편에서 요구대로 되지 않으면 「틀리다」로 뜻매김하면서 섭섭해 할 것이 아니라 개성이 「다르다」로 인식해 두 배로 배려할 줄 아는 학생으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또한 담임선생님들은 서로가 자기의 장점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덮어주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우쳐 주며 양손 손가락을 꽉 끼면서 모으면 강하게 결합되듯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 힘을 합치면 건강한 학급이 되고 강력한 학급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빙산처럼 10분의 1만 표면에 드러나고 10분의 9는 내면에 숨겨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과거에 대한 상처, 고민, 불쾌, 온갖 고통, 잘못된 선입관 등 숨어 있는 것을 서로 나눔으로 과거를 치유하고 서로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은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며 학생들도 서로서로의 대화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어젯밤에도 3학년실에서, 교무실에서 학생과의 상담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학교는 제대로 갈등 극복의 단계를 넘기 위한 노력이 엿보임을 보면서 안도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갈등의 골짜기를 지나 신뢰의 끈으로 묶어지면 학생들은 건강하게 자라게 되고 그 때부터 강하고 건강한 학급이 됩니다. 갈등 극복의 단계를 거친 학생들은 이때부터 학급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고 학급에 대해 자기의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도 하게 되며 학급구성원 간에 아주 친밀해집니다.

그러니 수업분위기는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선생님들은 이제 학생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맡겨도 불평 없이 잘 하게 될 것이고 청소 분담에 대한 것도 성숙한 자세로 잘 받아들이고 잘 이행해 갈 것입니다. 이 단계가 바로 ‘건강한 공동체 형성’의 마지막 단계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은 내가 맡은 학급이 과연 몇 단계의 과정에 해당하는지, 학생 개개인이 현재 어느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지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혹시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혹은 갈등의 단계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성숙한 단계에까지 이르러 학급에 대한 만족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지? 이를 잘 파악하는 게 우리 담임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 중 가장 우선순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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